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1인자인 삼성자산운용이 인도에 투자하는 ETF를 출시한다. 인도 경제는 14억 명의 인구를 기반으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어 매력적인 해외 투자처로 꼽힌다. 중국 봉쇄에 따른 반사 효과에 힘입어 지난해 글로벌 증시 동반 하락에도 견조한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인도 대표 지수인 니프티50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상반기 중 출시할 예정이다. 이 상품은 현물(실물)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스와프 계약에 기반한 합성 ETF보다 위험 등급이 낮은 것도 장점이다.
인도가 최근 유망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삼성자산운용도 관련 상품 출시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까지 국내에 상장된 인도 ETF는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OSEF 인도 니프티 50(합성)’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인도 니프티50 레버리지(합성)’ 2개가 전부다.
두 상품 모두 인도 증시 훈풍을 타고 인기몰이를 했다. KOSEF 인도 니프티 50(합성)은 연초부터 개인이 순자산 총액(753억 원)의 12% 이상인 91억 원을 순매수했다. TIGER 인도 니프티50 레버리지도 지난해 3분기 한때 수익률 32%를 달성하면서 국내 ETF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ETF 점유율(42%) 1위인 삼성자산운용이 상품을 출시하면 개인투자자들의 인도 투자 열풍이 한층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니프티50지수는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연간 4.3%의 수익률을 올리며 빛을 발했다. 지난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17.0%)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6.2%) 등 주요국 대표 지수가 두 자릿수의 손실률을 기록한 것과 확연히 대비됐다.
인도 경제가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린 덕분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의 63% 이상이 중국 내 생산 기지의 40% 이상을 인도와 베트남 등 동남아로 이전하고 있다. 애플 최대 협력사인 폭스콘이 대표적인 사례다. 폭스콘은 지난해 중국의 공장 폐쇄 조치로 한 달 넘게 아이폰 생산에 차질을 빚자 인도에 9000억 원을 투자해 공장 일부를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3월 2600억 원을 투자해 인도에 냉장고 컴프레서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인도 경제는 중국을 넘보는 인구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미래 전망도 밝다는 평가다. 정부 주도로 제조업 육성 전략을 펴고 있는 만큼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인도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6.1%로 전 세계 평균(2.7%)은 물론 같은 신흥국으로 묶이는 중국(4.4%)보다도 높다. IMF는 인도가 2027년 세계 3위 경제 대국에 오를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다만 인도 투자 시 유의할 점들도 있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경제 특성상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타격을 입는 상장사가 많은 것이 대표적이다. 올 초 터진 인도 3대 재벌 아다니그룹의 분식회계 논란이 인도 기업 전체에 대한 신뢰 문제를 부각시키기도 했지만 아다니 사태가 인도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으로 평가된다. 정우창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회계 부정 의혹을 터뜨린) 힌덴버그 보고서 발간 이후 인도 지수 조정은 -1%에 그쳤다”며 “아다니그룹 이외 상장사들의 주가 조정은 없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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