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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자금난에 20억弗 긴급수혈…기업고객 '뱅크런' 우려도

[미국發 금융리스크]美 은행 유동성 위기 '경고음'

보유채권 매각했지만 18억弗 손실

지주사, 지분 팔아 자본확충 추진

실버게이트도 자금난에 결국 청산

월가 금융전반 부실로 번질지 촉각

은행 미실현 손실 작년 80배 급증

중소형銀 위기 현실화 가능성도

뉴욕증권거래소(NYSE) 객장에서 트레이더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보고 있다. 9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는 SVB파이낸셜의 자금난 우려가 증폭되면서 미국 4대 은행의 시가총액이 하루에만 69조 원 증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고금리발(發) 금융시장 위기를 알리는 탄광 속 카나리아일까, 아니면 팬데믹 특수를 누렸던 일부 은행들의 찻잔 속 태풍일까. 미국의 지역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지주사 SVB파이낸셜그룹의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자 금융시장 전체의 건전성 악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을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SVB파이낸셜그룹은 이날 지분 매각을 통해 22억 5000만 달러의 자본 확충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보유 금융자산을 매각했지만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다.



고금리가 직격탄이 됐다. 이는 두 가지 국면에서 SVB의 유동성과 재무제표를 갉아먹었다. 우선 지난해 기준금리 상승 여파로 SBV의 주 고객인 실리콘밸리 테크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고 투자 유치가 줄면서 기업들이 예금을 인출하고 있다. 배런스에 따르면 SBV의 예금은 지난해 말 3410억 달러에서 2월 말 3260억 달러로 올 들어서만 150억 달러가 감소했다.

이에 SVB는 고객 자금을 내주기 위해 보유한 미국 국채와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을 매도했지만 손실이 불가피했다. 고금리로 지난해 국채금리가 치솟으면서 2020~2021년 저금리 시절 취득했던 가격보다 낮게 처분해야 했기 때문이다. SVB는 210억 달러의 보유 증권을 매각해 18억 달러의 매각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분을 팔아 자금을 조달하려는 이유다.



상황은 뱅크런으로 비화하고 있다. 파운더스 등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VC)들은 투자한 기업을 대상으로 SVB에서 자금을 인출할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VB의 고객사인 아바랩스의 존 우 대표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상황이 되면 누구도 마지막으로 빠져나가길 원하지 않는다”며 “전형적인 뱅크런”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SVB뿐 아니라 암호화폐 기업들을 주 고객으로 뒀던 실버게이트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9일 결국 청산을 발표했다. 실버게이트는 지난해 11월 주요 고객이던 FTX가 파산한 후 코인베이스·제미니 등 주요 고객들의 예금이 잇따라 빠져나갔다. 손해를 보고서라도 보유 국채를 매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버게이트의 지난해 전체 순손실은 9억 4900만 달러로 이 중 8억 8600만 달러가 보유 증권 매각에 따른 손실이다.

시장은 고금리발 위기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이 금융 전반의 부실로 이어질지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최근 금융권의 고민은 주로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감소에 따른 수수료 수익 둔화, 모기지 대출 감소 등 수익성의 문제였지만 이번 사태는 은행 존립과 관련된 유동성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 10년물 금리가 다시 4%를 넘어서는 등 고금리 압력은 더욱 커지는 추세다.

유동성 충격이 발생할 경우 대형 은행들도 대응 여력이 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미국 은행 보유 증권의 미실현 손실이 2021년 말 80억 달러에서 지난해 말 6200억 달러로 80배 가까이 늘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한 연준 통화정책의 또 다른 결과”라며 “금리 상승으로 채권 가치가 하락했고 채권을 보유한 은행들은 현재 막대한 미실현 손실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틴 그루엔버그 FDIC 대표는 “늘어난 미실현 손실은 예상하지 못한 유동성 수요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은행의 미래 능력을 약화시킨다”고 평가했다. 특히 중소 은행들의 경우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크리스토퍼 왈렌 왈렌글로벌어드바이저 대표는 “SVB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대형 은행과 달리 중소형 은행은 무자비한 고통을 받을 것이고 자본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는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SVB파이낸셜그룹은 이날 60.4% 급락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6.2%), JP모건(-5.4%), 웰스파고(-6.2%) 등 주요 은행도 하락했다. 나스닥의 은행주 지수인 KBW나스닥은행지수는 이날 7.1% 떨어져 2020년 6월26일 이후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SVB 충격파는 유럽에도 번졌다. 장 초반 HSBC, 소시에테제네랄(SG) 등의 주가가 5% 넘게 빠졌고 도이체방크도 8%가량 급락했다.

특수 고객층을 가진 일부 은행의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제라드 카시디 RBC캐피털마켓 이사는 “SVB는 기업 예금 비중이 높고 실리콘밸리라는 지역적 특수성이 있다”면서도 “현재 우리 회사는 (금융기관들의 자금 조달 창구인) 레포 시장 등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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