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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 '세상의 지붕' 향한 사투, 그들은 왜 산에 오르는가

■산에 오르는 마음

로버트 맥팔레인 지음, 글항아리 펴냄





50~60대 이상이 주로 누리던 등산이 코로나19 이후 20~30대의 취미로 자리잡았다. 요즘에는 연령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산에 오른다. 대를 이어서 등산을 즐겨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나오는 걸 보면 마치 산이 존재하는 한 옛날 옛적부터 사람들이 등산했을 것 같다. 하지만 등산이 레저 혹은 자연에 대한 도전이 된 것은 19세기 중엽부터다.

신간 ‘산에 오르는 마음’은 이같이 인류가 산을 대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등산의 위험에도 왜 산을 오르는 까닭 등을 다뤘다. 과거에 산은 악마, 용이 사는 장소로 인식됐다. 과거 알프스 고갯길을 넘어야 했던 여행자들은 두 눈을 가린 채 이동하기도 했다. 공포의 존재인 산봉우리를 보지 않기 위해서다.



산에 대한 인식이 미신적인 측면에서 과학적인 측면으로 바뀐 데는 지질학이 출연하면서다. 지질학을 바탕으로 산도 지구의 역사에 따라 형성됐고 대륙이동설에 의해 산도 움직인다는 점이 증명됐다. 자연신학, 과학적 합리주의를 창조한 작품으로 인정받는 루소의 소설 ‘신엘로이즈’와 19세기 중반에 개발된 사진술도 이를 뒷받침했다. 이를 바탕으로 산이 완전히 이해하기에 너무 크고, 높고, 너무 강하지만 마음에 즐거움을 주는 존재로 변화됐다는 설명이다.

물론 에베레스트 등반 등 고도가 높은 산을 오르는 일은 위험을 동반한다. 위험한 등산을 굳이 왜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 저자는 철학적으로 설명한다. 드넓은 전망을 통해 자아를 채우면서 동시에 시간의 심원함, 공간의 장엄함으로 인간이라는 존재가 하찮다는 관조적 명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영혼을 고무시키면서 동시에 소멸시키는 일이 바로 위험한 등산이 가진 묘미인 것이다.

저자 본인 또한 손꼽히는 ‘청년 전문등산가’다. 그는 알프스, 로키산맥, 톈산 등 높은 산을 등정하는 데 성공했다. 책에는 저자가 실제로 등산하는 과정에서 경험한 ‘화이트아웃(폭설로 주변이 온통 하얗게만 보이는 것)’도 들려준다. 저자는 천지를 분간하기도 어렵고 날씨는 더 춥고 계속해서 내리는 눈덩이에 외로움도 느꼈다. 내가 이 지구별의 마지막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는 고독한 생각을 깨워준 건 다름 아닌 토끼 한 마리였다. 저자는 검은 눈의 토끼도 자신만의 경로로 등산하고 있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저자에게 등산은 ‘도전’, ‘정복’이 아닌 온화하고 감동적인 무언가를 얻는 과정인 이유다. 2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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