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일 양국이 관계 복원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 경제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는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이 열리는 등 한일 경제 협력은 일본의 수출 규제 이전 수준으로 복원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방일 중 한일의원연맹·한일협력의원회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을 당부할 예정이다. 양국 경제계와 의원연맹은 이번 방일 기간중 미래협력을 선언한다. 윤 대통령은 일본 게이오대에서 일본 대학생과 한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강연도 펼친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16~17일 일본을 실무 방문한다”며 “이번 방일은 한일 관계 개선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상당 기간 경색돼온 한일 관계를 반전시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 실장은 “윤 대통령의 방일은 한일 관계가 정상화 단계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것”이라며 “한일 양국 정상이 상대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2011년 이후 12년 만”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16일 일본 도쿄에 도착한 직후 현지 동포들과 함께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가진 뒤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정상회담이 끝난 뒤에는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공동 성명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반발을 감수하고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을 먼저 제시하며 성사된 정상회담이라는 점에서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버금가는 ‘윤석열·기시다’ 선언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상회담을 마친 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도쿄 긴자 인근에서 두 차례 연속 만찬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측은 윤 대통령의 취향을 고려해 128년 역사를 자랑하는 경양식 집을 만찬 장소로 고려하고 있다.
17일에는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열기 위한 일정들이 계획돼 있다. 우선 윤 대통령은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와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 등 한일의원연맹과 한일협력위원회 소속 인사들을 차례로 만난다. 아소 부총재는 지난해 11월 방한해 윤 대통령과 1시간 넘게 면담하는 등 양국 관계 회복을 위해 막후에서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 전 총리는 최근 한일의원연맹 회장에 취임했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에 전직 총리가 임명된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이어 윤 대통령은 한일 경제계 인사들이 참석하는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양국 경제 교류 활성화를 당부한다. 귀국 전에는 도쿄에 있는 게이오대를 찾아 한일 대학생을 대상으로 강연회를 가질 예정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 해소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 걸친 양국 협력 재개 역시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양국 정상은 다양한 이슈에 관한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며 “경제 협력은 물론이고 (한일 관계를) 가로막는 정책적 장벽을 해소할 방안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리 측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수출 규제는 모두 다 맞물린 문제”라며 “실무 협의가 진행되면 세 가지 문제 모두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경제뿐 아니라 외교·안보 분야 협력도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두 정상 간에 형성된 신뢰를 봤을 때 앞으로 한일 셔틀외교가 정상 차원에서는 물론이고 고위급 장차관 수준에서 다양한 형태로 진행될 것”이라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교도 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역시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후 올해 여름이라도 방한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일자리 창출 공로를 인정받은 100개 기업 최고경영자를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해 오찬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라며 “노동·교육 개혁으로 민간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구조적 여건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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