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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이 대만 위협할수록 韓 가치 커져…지렛대 활용해 美와 협상을"

■'위기의 반도체' 특별좌담

中의 대만 장악 배제못해…美선 韓 미세공정 노하우 절실

보조금 '독소조항'엔 FTA 원칙 내세워 기술이전요구 방어

'한국의 中메모리공장 업그레이드해야 美도 이익' 어필 필요

이해관계국 정책·투자영향 매년 분석해 리스크 대응해야

한국 반도체의 위기다. 메모리 중심의 국내 대표 기업들이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새 공급망 구축에도 적극 참여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자신의 영토에 제조 공장을 짓는 우리 기업에 중국 투자 동결, 초과 이익 환수, 공정 접근권 보장 등 무리한 요구까지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가 국가의 핵심 이익과 결부되는 만큼 미국의 제조 공장 유치 전략은 앞으로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라면서 “우리도 각국 정부의 정책, 국내 대표 기업의 해외투자 규모 등을 총체적으로 분석해 국가 이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리스크를 통제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한국·대만·일본 등 칩4 동맹의 한 축인) 대만이 위험해질수록 삼성전자(005930) 등 국내 기업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 커진다”며 “이를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해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좌담회 전문. 사회=이상훈 경제부장

19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제 회의실에서 이정동(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서울대 교수, 김두식 테크앤트레이드연구원 상임대표, 이상훈 서울경제 경제부장, 김용석 성균관대 교수,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가 ‘반도체 전략 특별 좌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반도체는 기술·경제·군사패권 핵심

-먼저 미국의 의도부터 짚고 넘어가자.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좌시하지 않고 있다. 온갖 규제를 통해 중국의 부상을 막고 있다. 큰 틀에서 미국의 정책을 어떻게 보나.

△김두식 테크앤트레이드연구원 상임대표(전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미국은 중국이 미국을 능가하는 패권 국가로 가는 걸 볼 수 없다. 패권을 회복·유지하는 데 기술이 필요하고 기술 패권이 경제안보 패권의 핵심이라고 보는 것이다. 특히 그 핵심이 반도체라고 판단해 작정하고 산업적 우위를 유지하려 하는 것이다.

△김용석 성균관대 교수(반도체공학회 부회장)=한마디로 미국은 중국이 너무 컸다고 보고 있다. 이전까지 위협 상대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미국을 넘어설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생겼다. 특히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가져가겠다는 중국의 선언이 미국을 자극했다. 군사용으로도 핵심적 기술인 반도체만큼은 중국에 양보할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이정동 서울대 교수(축적의 시간 저자)=1988년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메이드인 아메리카’를 펴냈을 때는 일본이 타깃이었다. 이후 2013년에는 ‘메이킹 인 아메리카’라는 책이 나왔는데 이때 경계의 대상은 중국으로 전환됐다. 25년 차이가 나는데 일본과 같은 방식으로 중국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1985년 달러화의 절하, 엔화의 절상을 뼈대로 한 ‘플라자합의’를 체결했다. 이듬해에는 미국 칩 사용을 더 늘리는 내용을 담은 미일 반도체 협정도 일본에 밀어붙였다. 잇단 조치에 일본 반도체는 하향 곡선을 그리게 된다.)

■동맹국 기업 부담 커지면 美도 불리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요건 때문에 시끄럽다. 미국으로서는 칩을 국내에서 만들기 위해 삼성전자·TSMC에 러브콜을 보내면서도 온갖 독소 조항을 만들었다. 우리 정부가 어떻게 협상해야 하나.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통상 전문가)=2017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통령 행정명령을 내고 국가안보에 직결되는 알루미늄·철강·조선·자동차·반도체 등 5개 산업을 순서대로 규제 조치하겠다고 했다. 독소 조항 가운데 초과 이익 환수는 규제 자체에 문제가 있기는 한데 진짜 문제는 관련 기술을 안보 목적으로 체크하니 제공하라는 것이다. 사실상의 기술이전 의무인데 이것을 말만 바꿔 요구하고 있다.

기술이전 요구는 국제통상법 위반이다. 우리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다. 대만·일본과는 다른 입장이다. 게임 규칙이 있는데 미국이 이를 어기면 FTA에 따라 상호 합의 원칙을 지키라고 요구할 수 있다.

△김 교수=독소 조항 가운데 협상이 가장 어려운 것은 보조금을 받으면 10년 동안 중국 공장을 업그레이드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우리 정부가 협상을 할 때 미국도 중국 공장에서 만든 한국 메모리를 사용하는데 팹이 업그레이드되지 못하면 칩의 성능이 떨어지고 미국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미국이 최강인 CPU같은 시스템반도체도 메모리 사양에 따라 성능이 좌우된다.)

(미국이 이런 식으로 나오면) 한국 기업들은 국내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음을 알릴 필요도 있다. 미국을 자극하기보다는 미국 장비의 중국 수입제한 규제처럼 유예기간을 계속 늘려가면서 해결을 해나가야 한다. 초과 이익 환수는 재무제표에 준하는 다른 데이터를 제공하고 생산 라인 접근의 경우는 일정 제한을 두는 식으로 협상의 여지가 있다.

△이 교수=조항별로 예외나 유예 조치에 대해 논의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원칙의 수정은 어렵다고 본다.

문제는 앞으로 배터리·신재생에너지 등 다른 산업에서 유사한 정책이 계속 발표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 정부의 대책 발표 전에 선제 대응하는 게 보다 중요하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정부로서는 반도체 관련 협상을 통해 더 정책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

△김 대표=통상법을 근거로 미국을 압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보다 반도체 보조금 조건이 지나치게 자국 중심으로 갈수록 동맹국과의 협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해야 한다. 미국의 보조금 혜택이 390억 달러(약 50조 원)인데 혜택에 비해 과도한 조건을 걸고 있다.
문제는 이런 조건으로 동맹국 기업의 부담을 지우는 게 미국 의도대로 반도체 패권을 쥐는 데 도움이 되느냐는 점이다. 한국 기업들도 미국의 투자가 필요하더라도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기 쉽지 않다. 결국 이런 보조금 지급 조건은 미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미국 정부에 어필해야 한다.

김용석 반도체학회 부회장(성균관대 교수)이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제 회의실에서 열린 ‘반도체 전략 특별 좌담회’에 참석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오승현 기자


김두식 테크앤트레이드연구원 상임대표가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제 회의실에서 열린 ‘반도체 전략 특별 좌담회’에 참석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오승현 기자


■對美 투자 늘리되 득실 따져야

-결국 보조금을 받아야 하나. 어떤 선택이 좋을까.



△김 교수=보조금을 받지 않으면 부담이 될 수 있다. 보조금을 받으면서 확실하게 미국 편이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독소 조항을 고려해 달라’고 주문해야 한다. 사실 한국 반도체 업계도 미국의 중국에 대한 노골적 규제로 혜택을 보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지 않았다면 중국 낸드플래시 업체인 YMTC, 스마트폰 업체 화웨이 등은 급성장했을 게 틀림없다. 결국 동맹을 강조하면서 얻어낼 것은 얻어내는 방식이 맞다.

△김 대표=통상 문제를 다루면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본다. 협상이라는 것은 옵션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이번에도 투자는 하면서도 보조금을 받지 않을 수도 있고, 상황을 고려해 조정하는 방식으로 보조금을 선택해야 한다.

설비투자 등은 안보 동맹이라는 기본 축을 가지고 접근하는데 사회적 이해가 걸린 문제를 미국이 배려하지 않는다면 보조금을 받는 것도 재고해야 한다. 용인에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해 300조 원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국내 생산량을 늘리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적절한 투자로 대응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최 교수=미국은 자국의 투자 총액이 자신들 기준에 미치지 않는 국가를 상대로 압박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원천 기술을 미국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더욱 압박에 취약해질 것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는 미국의 기대치에 맞춰 미국 현지 투자에 나설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

다만 보조금 수혜는 특성상 기업의 자율적 판단의 문제다. 억지로 보조금을 신청할 필요도 없고 장기적 계산하에 수령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국내 제조기반 강해야 협상력 높아져

-반도체 전략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의 대만 침공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만의 위기가 한국의 대미 협상에는 변수가 될 수 있나.

△최 교수=중국이 대만을 접수해 반도체 설비나 기술을 한순간에 장악할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그런 중국의 노력이 강해질수록 한국이 더 필요해진다. 메모리를 비롯한 미세 공정 노하우가 더 절실해질 것이다. 중국의 대만 위협이 커질수록 미국은 한국이 필요하게 되고 우리로서는 굉장한 지렛대를 확보하는 것이다. 아무리 미국이라지만 한국의 레버리지가 상당히 강하다는 걸 인식하고 미국과 협상해야 한다.

△이 교수=지금은 ‘국가가 귀환하는 시대’다. 국가가 산업과 기술에만 모든 것을 맡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실리콘밸리와 워싱턴이 만나고 있고 산업 정책에 지역 정책, 사회정책 요소 등이 다 포함되고 있다. 이번 반도체 문제도 통상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뛰어난 엔지니어 수급의 문제 등 교육 문제는 뒷전이 돼 산업 경쟁력에서 도태된다. 이런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가 19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제 회의실에서 열린 ‘반도체 전략 특별 좌담회’에 참석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오승현 기자


이정동 서울대 교수가 19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제 회의실에서 열린 ‘반도체 전략 특별 좌담회’에 참석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오승현 기자


-마지막으로 한국이 반도체 강국으로서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게 있다면.

△최 교수=반도체 산업이 단순한 산업이 아닌 한국의 국가 안보 문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정보력과 첨단무기 모두 안보와 직결된다. 이해 관계국과 경쟁 상대국이 취할 수 있는 정책의 위험도를 매년 또는 5개년 계획으로 분석해 대응해야 한다. 상대방의 정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산업 안보 차원에서 결합시켜 해외투자에 미치는 영향까지 분석해야 한다. 특히 국내 생산능력을 어느 정도까지 가져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면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국내 제조 기반이 살아 있어야 우리의 협상력도 높아진다.

△이 교수=미국의 반도체 인력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 한국이 축적해온 인력을 뺏어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경력 인재 유출에 대비해야 한다. 전문화된 인력을 대학에서 육성하는 전략과 함께 기존 인력 혹은 다른 분야의 인력을 업그레이드하고 전이시키는 전략도 병행돼야 한다.

유럽·일본 등과의 기술협력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 이들과 기술협력 채널을 넓혀야 미국과의 협력에서도 레버리지가 커질 수 있다.

△김 교수=국회·정부·대학이 안일한 의식에서 벗어나 기업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 미국 보조금 논란을 계기로 반도체 대책을 원점에서 다시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실에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세계 1등 메모리는 안보 자산이다. 메모리만은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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