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로터리] '계속 고용'의 참 뜻 알기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총괄전무








“나이가 몇 살이세요.”

단순한 질문이지만 우리나라만큼 다양하게 답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대부분은 태어나면서 한 살인 ‘한국식 나이’로 답하지만 상황에 따라 생일이 기준인 ‘만 나이’로 답하기도 한다. 물론 공공 서류는 만 나이만 인정한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나이에 대한 해석만 달라도 기업 현장에서는 큰 혼란이 생긴다. 임금피크제 시작 연령을 두고 대법원까지 간 분쟁 사례도 있다.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용어의 경우 뜻을 명확히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노동시장에서도 용어의 해석 차이로 혼란이 벌어진 적이 있다. 2019년 정부가 ‘고용 연장’이라는 단어를 꺼내 들었을 때다.



산업 현장은 용어의 진의를 두고 설왕설래했다. 경영계는 ‘근로 생애 연장’이라는 포괄적인 뜻으로 해석한 반면 노동계는 ‘60세 법적 정년의 추가 연장’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혼란 속에 기업들은 전전긍긍했다. 60세 정년이 의무화된 지 3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추가적 정년 연장이 강행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했다.

그로부터 4년이 흘렀다. 올해 1월 고용부는 ‘계속 고용’을 중심으로 한 고령자 고용 정책 방안을 발표했다. 주목할 부문은 ‘고용 연장’이라는 용어 대신 ‘계속 고용’을 썼다는 점이다. 분명히 다른 용어를 썼음에도 노동계 등 일각에서는 계속 고용을 정년 연장과 동일하게 해석하려고 한다.

계속 고용은 일본 사례를 보면 차이점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일본은 2006년부터 단계적으로 65세까지 고령자 고용 확보 조치를 의무화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에 △정년 연장 △정년 폐지 △계속고용제도 도입 등 세 가지의 선택지를 줬다. 우리의 고용부 격인 일본 후생노동성은 계속고용제도에 대해 ‘정년 연장이나 폐지와는 구분되는 독립된 개념으로 정년 시점에 일단 퇴직하고 새로운 고용 계약을 맺는 재고용 제도’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법적 정년은 여전히 60세지만 계속고용제도를 통해 고령 인력의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후생노동성 자료에 따르면 세 가지 옵션 가운데 계속고용제도를 활용해 고령 인력을 유지하는 기업이 71.9%에 달한다.

우리보다 앞서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한 일본의 사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인구 구조 변화와 노동시장 환경을 가졌기 때문이다. 계속고용제도를 통해 고령 인력을 유지하는 기업이 10곳 중 7곳이라니 참고해볼 만하다.

인구 감소에 대응하려면 고령 인력의 활용 확대는 불가피하다. 그 과정에서 기업이 바라는 것은 바뀌는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이번만큼은 기업에 10년 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밀어붙였던 정년 60세 의무화의 데자뷔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계속 고용이 마치 정년 연장의 또 다른 이름처럼 해석된다면 산업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어서다.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청년과 고령 인력의 근로 생애를 늘리는 상생의 길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야 할 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