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굴기’ 기조하에 코로나19의 와중에도 늘었던 대(對)중국 반도체 생산 장비 수입량이 3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미국이 중국과 기술 패권 전쟁 과정에서 첨단 반도체 칩 기술의 수출 통제 조치를 취한 영향이 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9일 중국 현지 언론을 인용해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장비 수입액이 전년 대비 15% 줄어든 347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2019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액수다. 이런 흐름은 올 초까지 이어져 중국 해관총서 통계 기준으로 올해 1·2월 반도체 장비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25%나 줄었다.
이 같은 감소세는 도쿄일렉트론·ASML 등 전 세계 반도체 제조 장비 선두권 업체들이 있는 미국·일본·네덜란드 등이 이끌었다. 신문은 미국·네덜란드·일본의 지난해 4분기 대중 반도체 수출 증감률을 비교한 결과 각각 -50%, -44%, -16%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미국이 첨단 반도체 칩 생산을 위한 장비·소프트웨어 등 수출을 통제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한 동안 전반적으로 생산 및 자본 투자가 저조했고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둔화된 요인도 있다.
세계 4대 반도체 장비 제조사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램리서치의 경우 대중 수출 통제 조치의 영향으로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20억~25억 달러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매출액의 10%에 달하는 수준이다. 일본 반도체 장비 제조사인 도쿄일렉트론의 고위 임원인 가와모토 히로시는 “우리 고객사인 중국 업체가 미국산 장비를 수입하지 못하면 반도체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만든 장비도 (중국에) 팔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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