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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美 반도체 영업기밀 요구…한미 정상회담서 윈윈 해법 찾으라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가로 관련 기업들에 영업 기밀을 담은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해당 기업에 수익성 지표, 생산량 등 재무계획서뿐 아니라 수율과 판매 가격, 핵심 소재, 마케팅·연구개발(R&D) 비용, 직원 고용·교육 계획까지 상세히 엑셀파일에 담아 제출하라고 했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업계의 미국 내 투자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자국의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우리 기업들에 투자를 읍소해놓고는 보조금을 무기로 기업 살림살이를 다 보여달라고 요구한 셈이다. 미국 반도체법의 ‘대중(對中) 가드레일’로 중국 투자까지 제한된 가운데 환율 상승과 건설비 급등, 현지의 높은 인건비 때문에 투자 규모가 갈수록 늘어나는 우리 반도체 기업 입장에선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까다로운 요구 조건을 충족하려면 우리나라 공장에서 벌어들인 돈을 미국 공장에 상당 부분 쏟아부어야 한다. 게다가 영업 기밀과 핵심 기술까지 노출돼 미국 기업에 좋은 일만 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 미국의 주문에 따라 중국 시장을 당장 포기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정부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보조금 신청을 최대한 늦추고 외교력을 총동원해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과 한국이 윈윈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양국은 다음 달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공동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칩4’ 적극 참여 등 협력 방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우리와 유사한 처지에 있는 대만·일본 등과 공동 대응하고 미국의 지한파 의원들에게 부당함을 호소하는 등 모든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 미국에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동맹국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합리적인 의원들이 적지 않다. 일본도 외교력을 동원해 자국에서 채굴·가공된 핵심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 배터리를 IRA상 세액공제 혜택 대상에 포함시키는 데 성공했다. 미국의 과도한 요구는 동맹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한국 기업의 미국 내 투자로 일자리가 대거 창출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미 관계를 안보 혈맹을 넘어 경제·기술 동맹으로 실질적으로 격상하자고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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