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기간에 테크 업계를 휩쓸었던 메타버스 열풍이 올해 들어 급격히 식으면서 빅테크의 메타버스 전략에 비상등이 켜졌다. 경기 침체 확산과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이 메타버스의 흐름을 밀물에서 썰물로 바꾼 탓이다.
29일(현지 시간) 테크 업계에서는 애플이 연례 개발자 회의인 ‘WWDC 2023’를 6월 5일 개최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혼합현실(MR) 헤드셋 공개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애플의 MR 헤드셋 공개를 기점으로 메타버스 시장이 격변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정작 MR 헤드셋 출시를 준비하는 애플은 내부에서 회의론이 커지는 상황이다. 경기 침체의 여파로 3000달러가량의 MR 헤드셋의 흥행이 불투명하다는 점과 메타버스 시장의 성숙 시점이 더 멀어졌다는 판단에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MR 헤드셋팀 일부 직원들의 이탈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헤드셋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9% 감소한 880만 대로 집계됐다. 현재 AR·VR 부문 강자인 메타도 지난해 출시한 전문가용 AR·VR 헤드셋 ‘퀘스트 프로’ 판매가 저조해 고육지책으로 가격을 1500달러에서 대폭 할인한 1000달러로 내렸다. 2021년 10월 메타버스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사명을 바꾼 메타(옛 페이스북)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지난해 연례 개발자 회의에서 AR 기술을 미래 비전으로 내세웠던 구글도 현재는 모든 역량을 생성형AI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메타버스 대열에 합류했던 기업들도 비용 절감을 외치며 손을 들고 있다. 밥 아이거 월트디즈니 최고경영자(CEO)가 복귀한 뒤 디즈니는 메타버스 조직을 없애기로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2017년 인수한 소셜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 알트스페이스VR 서비스를 이달 초 종료했다. 리서치 플랫폼인 서드브리지의 스콧 케슬러 애널리스트는 “기업이 직원 수나 지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메타버스 같은 종류는 꽤 쉬운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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