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난달 제조업 경기지표가 3일(현지 시간) 3년 래 최저치를 기록하며 침체 위기가 짙어졌다. 경기 부진 지표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는 미국 내 물가 압력이 여전하다고 평가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피하기 위한 연준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이 집계한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각각 46.3, 49.2로 모두 기준선인 50을 밑돌며 경기 위축을 나타냈다. 두 지표 모두 지난해 말부터 50을 넘기지 못한 가운데 특히 ISM 지표 기준으로는 2020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면 2009년 이후 가장 부진했다. 전문가들은 둔화의 원인으로 ‘신규 주문 급감’을 꼽고 신용 경색 여파로 제조업이 더욱 쪼그라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은행 위기로 강화된 금융권 대출 기준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의미다. 경기 침체 우려를 반영해 이날 미 국채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상승했다. 앞서 발표된 원유 감산 합의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졌지만 원유 수요 역시 줄어들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다만 연준 측은 여전히 인플레이션 대응이 최우선 과제라는 입장이다. 쿡 이사는 이날 미시간대 행사에서 신용 경색 등 긴축정책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디스인플레이션(물가 하락)까지 도달한 것은 아니다”라며 “노동시장 과열과 중국 경제활동 재개,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물가 압력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이어 “긴축으로 인한 국내총생산(GDP)의 급격한 하락은 없겠지만 경제지표들은 계속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