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를 찾아 5·18 피해자와 시민에게 사과한 손자 우원(27)씨가 일가의 비자금을 폭로하며 파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우원씨는 "가족들이 저의 용기를 보고 정의를 따라 양심고백하길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원씨는 4일 밤 KBS ‘더 라이브’에 출연해 “가족들 모두 사랑하지만 사랑하는 것과 별개로 비자금을 세탁하는 등 범죄를 저지르고 부인하는 것은 죄악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비자금 관련 범죄 의혹에 대해) 폭로하거나 수사기관을 통해 밝힐 계획이 있지만 얼마나 좋은 열매를 맺을 지는 의문이다. 가족들은 굉장히 치밀하고 지금까지 한 번도 법의 심판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지금 조사한다고 해서 (범죄 사실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우원씨는 어린시절 연희동 전씨 자택 침실 벽에 돈봉투가 가득 담긴 가방들이 여러 개 있었다며 "손님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전해줬다"고도 했다. 재산이 29만원뿐이라던 전씨의 비자금이 의심되는 정황이다.
그는 “집에 정말 많은 분들이 찾아왔고 항상 (할아버지가) 돈 봉투를 나눠주셨다”며 “어머니께서도 증언하셨듯 1000만원 단위로도 주고 100만원 단위로도 주셨다”고 주장했다.
우원씨는 이런 비자금이 큰아버지인 전재국씨에게 가장 많이 갔을 것이라고 추측하며 “사업을 가장 많이 했고 재판도 큰아버지가 맡아서 했다”고 말했다.
어릴 적 5·18 관련 이야기를 들었는지 묻자 “정말 제가 의아하다고 생각한 부분인데 저희 가족은 5·18 관련 대화를 일체 나누지 않았다”며 “제가 물어봤을 땐 답변을 회피하거나 '감히 이런 질문을' 이라는 분위기였다”고 기억했다.
우원씨는 가족들에게 따뜻함을 느낀 적이 없다고도 했다. 그는 “아름다운 가족들의 사랑이 있었다고 믿고 싶지만 생각보다 그런 건 없었다”며 “가족들이 추징금 관련 조사를 많이 받으면서 경제적 타격을 받았다. 돈으로 붙어있었던 가족이었기 때문에 돈이 없어지면서 뿔뿔이 흩어졌고, 전재용 씨(아버지)가 재혼한 뒤 (본인은) 버려진 아들 같은 느낌”이라고 소회했다.
'전두환씨는 어떤 할아버지였는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우원씨는 "안타깝게도 정말 따뜻한 할아버지라기 보단 어떻게든 잘 보여서 조금이라도 더 상속이나 용돈을 받아내려는 존재였다"며 "부모님이 시켜서 조금이라도 더 잘 보이고 강제적으로 애교를 떨어야 되고 그런 두려움의 대상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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