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미국 정보당국의 한국 정부 도·감청 의혹에 대해 “대통령실의 졸속 이전에 따른 무방비 상태”가 문제였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는 동맹관계이고 핵심 가치는 상호존중”이라며 “대통령실이 도청에 뚫리는 것도 황당무계하지만 동맹국의 집무실 도청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객관적 내용을 정확하게 확인해 엄정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미국의 도·감청 의혹을 가리켜 “70년 동맹 사이의 용납불가한 행위로 주권 침해이자 외교 반칙”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한미 신뢰가 굳건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협의하겠다, 타국 사례를 검토해 대응하겠다며 한가한 소리만 하고 있다”며 “국가 안보와 위신, 자존심이 걸린 중차대한 사안인 만큼 미국에 해당 보도 진위와 기밀문건을 파악해 국민에게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을 향해선 “최근 외교안보라인의 납득하기 힘든 줄사퇴가 미 도청과 관련 있는지, 도청 정황을 보도 전에는 몰랐는지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육군 대장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대통령실은 무방비 상태”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실) 창문은 도감청 필름을 붙여 도감청 대비가 돼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벽은 돼있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벽을 하려면 다시 대공사를 해야 하지 않냐. 대통령실 졸속 이전을 하면서 시간에 쫓기다보니까 보안대책이 제대로 안 됐다”고 비판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호구잡힌 외교안보, 안보무능 윤석열 정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대통령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 의원은 “임박한 한미 정상회담 때문에 미지근하게 대처했다면 대한민국을 미국의 바둑판에서 동아시아의 호구로 전락시키는 것”이라며 “지금 필요한 건 눈가리고 아웅하는 꼼수외교가 아니라 신중하고 장기적인 고민이 전제된 행보”라고 촉구했다.
한편 미국 현지 언론은 전날 한국 대통령실 외교안보 고위 관계자들을 도·감청한 정황이 담긴 미국 국방부(펜타곤) 기밀문건 내용을 보도했다. 해당 문건에는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이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 지원과 관련해 나눈 대화가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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