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노코드 등과 같은 도구는 계속 나올 것이고 오히려 우려할 것은 양극화다. (용역 위주의) SI(시스템통합) 개발자들은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반면 도구를 잘 활용하는 고급 개발자들은 더 강력해질 것이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지난 5일 소프트웨어(SW) 인재 양성 프로그램 ‘정글’ 입소식에서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AI)의 발전이 SW개발자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일반인, 개발자 할 것 없이 챗GPT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AI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에듀테크(교육기술) 스타트업 팀스파르타에 따르면 머신러닝과 딥러닝 과정으로 이뤄진 AI 강의는 다른 강의보다 개발자 수강생 비율이 높았다. 수강생 중 37%가 관련 전공 학부생, 18.6%가 정보기술(IT) 업계 종사자, 나머지 44.4%가 비전공자 혹은 비IT업계 종사자였다.
팀스파르타 관계자는 “지난달 무료로 챗GPT 기초 사용법 강의를 진행했는데 보통 하루 800건 수강을 기록하는 무료 강의와 달리 이번에는 4배 이상인 3500건을 넘겼다"며 “수요가 많아 챗GPT를 활용한 주식 데이터 분석, 앱 만들기 등의 유료 강의도 론칭했다”고 전했다.
개발자들은 프로그램 코딩을 할 때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일반인들은 업무 시 도움을 받거나 AI나 코딩에 관심이 생겨 AI를 배우려 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개발한 AI 챗봇 아숙업(AskUp)이나 카카오브레인의 이미지 생성·공유 플랫폼 '비 디스커버' 등으로 일반인들의 AI 접근성도 낮아졌다. 한 개발자는 “챗GPT가 소스 코드를 잘 짜는 걸 보며 겁나기도 했다"며 “AI가 대체할 수 없는 기획·운영 등의 역량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챗GPT를 아무 데나 갖다붙이거나 관련 용어가 잘못 쓰인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달 한 회사에서는 챗GPT의 핵심 기술 GPT-3를 활용한 서비스를 출시했다는 자료를 냈는데 챗GPT를 활용한 서비스라고 표현한 기사들이 다수 나오기도 했다. 챗GPT 자체와 대형언어모델(LLM)인 GPT-3는 다른 개념이고 챗GPT는 GPT-3를 더 발전시킨 GPT-3.5를 기반으로 한다. 재능 거래 플랫폼 ‘크몽'에서는 ‘챗GPT'라고 검색하면 관련 강의 수십 개가 뜬다. 서점가에는 이미 챗GPT 관련 책만 100개 넘게 쏟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챗GPT만 붙이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니 전문가 행세를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잘못된 지식들이 전달되고 있을까봐 걱정”이라고 전했다.
챗GPT가 혁신적이긴 하지만 인간처럼 모든 것을 판단하고 수행하는 범용의 인공일반지능(AGI)가 나오기까지 십수 년은 걸릴 거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배재경 업스테이지 테크리더는 “챗GPT는 스스로 학습하거나 고차원 추론을 할 수 없고 자의식도 없다"며 “사람의 지능과 차이가 많이 난다”고 했다. 다만 챗GPT가 AGI의 가능성을 보여줬고 인류의 AI 기술 개발 방향은 AGI를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 리더는 “챗GPT는 패턴을 잘 학습해서 다양한 조합을 통해 새로운 유사 패턴을 생성하는 일을 사람보다 더 잘하고 있다”며 “AI 기술 개발 속도도 가속이 붙어 과거 1000년의 발전 속도보다 최근 100년이 더 빠르고, 과거 100년보다 최근 10년이 훨씬 빨라 개인적으로 두렵기도 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AI가 우리 주변에 스며드는 만큼 AI를 활용하는 능력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거라 보고 있다. 유지형 제네시스랩 AI연구랩장은 “앞으로 개발 등 여러 산업에서 챗GPT 등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가 하나의 스킬이 될 수 있다”며 “단순 업무만 하던 사람은 힘들어질 수 있고 빠르게 챗GPT 등으로 정보를 얻어내는 기술이 있는 사람들은 더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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