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요섭은 단단하다. 속이 꽉 찬 근육에 허벅지는 터질 듯 팽팽하다. ‘한국의 브룩스 켑카’ ‘헐크’ 등으로 불린다. 2019년에는 시즌 평균 303야드를 때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장타왕에 올랐다. 그저 멀리만 치는 게 아니다. 지난 2년 동안에만 4승을 거뒀다. 근육질 몸과 호쾌한 플레이, 그리고 빼어난 성적이 어우러져 KPGA 투어를 대표하는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서요섭에게 지난해는 아쉬움으로 기억되고 있다. 줄곧 대상 포인트 1위를 달리다 마지막 대회에서 김영수에게 역전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서요섭이 지난 겨울 자신을 더욱 매섭게 몰아친 이유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말을 뼈저리게 느꼈다는 그는 “때론 토할 것 같은 체력훈련을 이 악물고 버텼다”고 했다. 올해는 넉넉한 차이로 대상을 차지하기 위해서다.
서요섭은 소문난 효자이기도 하다. 독립을 할 수도 있지만 여전히 고향에서 부모님과 함께 지낸다. 투어도 함께 다닌다. 그는 “전국팔도 다니면서 맛있는 거 먹으면서 추억을 쌓는 것이다”라며 “내가 사준 선물을 받고 기뻐하시는 부모님을 보면 뿌듯하다. 그런 게 동기부여가 된다”고 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어떤 준비를 했나.
“샷보다는 체력 강화에 중점을 뒀다. 하루 두 차례씩 꾸준히 운동했다. 샷 훈련은 1시간 정도만 가볍게 했다. 그러면서 틈틈이 아시안 투어 대회에도 나갔다.”
운동을 어떻게 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나.
“오전과 오후 두 타임으로 나눠서 했다. 오전에는 크로스핏과 복싱을 하고 오후에는 골프 트레이닝(TPI)을 했다. 한 타임 당 보통 2시간 정도 걸린다. 크로스핏은 지구력, 근력, 유연성, 밸런스 능력 등을 향상시키는 데에 좋다. 복싱도 유산소 운동이 많이 된다. 특히 펀치 치는 동작이 골프의 임팩트 동작과 비슷해 큰 도움이 된다. 스쾃과 데드리프트도 많이 하는데 데드리프트는 160~180kg 정도 든다.”
크로스핏은 한 분야에 특화된 피트니스 프로그램이 아니고 다양한 영역의 신체 능력을 극대화하려는 운동이다. 지속적이면서 강도 높은 기능성 운동이 많은 게 특징이다. 최근에는 전문 운동선수뿐 아니라 일반인의 다이어트에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서요섭은 “10~15분 안에 최대치를 하는데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게 가장 힘들다. 진짜 토할 것 같다”고 했다.
운동을 언제부터 그렇게 열심히 한 건가.
“3년 전부터다. 작년과 재작년에는 하루에 세 번씩도 했다. 오전과 오후에 트레이닝을 한 뒤 밤에는 집 앞에 있는 산을 올랐다. 그런데 그렇게 오버 트레이닝을 하니까 코피가 터지더라. 체력이 더 좋아지고 강해질 것은 느낌은 드는데 회복이 느린 게 역효과였다. 그래서 지금은 하루에 두 타임만 하는 거다.”
그래도 그렇게 한계까지 몰아치며 체력을 키운 게 효과를 본 것은 아닌가.
“당연히 도움이 됐다. 그런데 매번 그럴 수는 없다. 일주일 정도 오버 트레이닝을 한 뒤 일주일은 좀 쉬어줘야 한다.”
2016년 KPGA 투어에 데뷔한 서요섭은 첫 3년 동안은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2019년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서 첫 우승의 물꼬를 튼 뒤 2021년 KPGA 선수권과 신한 동해오픈 정상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군산CC 오픈과 LX 챔피언십에서 2주 연속 우승하며 승승장구했다.
첫 우승 전까지는 성적이 좋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떤 이유였던 것 같나.
“그때는 경험이 많이 없었다. 위기 상황이나 잘하고 있을 때 노련한 부분이 없었다. 솔직히 실력도 떨어졌다. 그냥 샷만 했던 느낌이었다. 지금은 그래도 상황마다 영리하게 치려고 바뀌었다.”
터닝 포인트가 있었다면.
“첫 우승을 했던 2019년에는 잘 해야만 한다는 간절함이 컸다. 경제적인 부분도 있었다. 그 이전의 매년을 되돌아보면 편안하게 골프를 하지 못했다. 한 대회 한 대회가 소중했고, 언제 떨어질지 모르니까 투어 카드 유지에 급급했다. 마음에 여유가 없으니 성적도 안 났다. 장타를 칠 수 있는 조건은 됐지만 그걸 골프에 적용시키지도 못했다. 그때는 페이스 중앙에 잘 맞히지 못했다. 또한 힘은 많이 쓰는데 힘 전달은 제대로 못했다. 그러다 운동을 꾸준하게 하면서 효과를 보기 시작했고 첫 우승을 했다. 이후에는 시드 걱정도 없어지고 자신감도 붙으면서 ‘내 골프’를 하게 됐다. 우승 전에는 바로 코앞의 문제만 생각하느라 급급했는데 우승 후에는 조금 떨어져서 넓게 보는 시야도 생겼다.”
2019년 장타왕에 오른 이후 최근에는 조금 살살 친다는 느낌도 있다.
“무작정 멀리 때리는 것보다 페어웨이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좀 더 효율적인 경기를 할 수 있다. 또한 가볍게 친다고 해서 거리가 안 나는 건 아니다. 굳이 100%, 120% 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좀 더 페이스 중앙에 맞히면서 안정적으로 치려고 한다.”
힘든 시기를 이겨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부모님이지 않을까 싶다.”
서요섭의 부모 사랑은 남다르다. 그는 여전히 부모님과 함께 대회장을 다니고 본가인 대구에 머문다. 연습도 어릴 때부터 하던 집 근처 연습장에서 하고 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연습 환경이 발달한 경기도 용인 등지에 베이스캠프를 마련하고 독립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서요섭이 과거 대구에서 용인까지 큰 골프백을 들고 고속버스를 타고 다니며 연습을 했던 사연은 잘 알려져 있다.
서요섭은 “부모님과 트러블이 있는 선수도 있고 따로 다니는 선수도 있지만, 저는 부모님과 같이 다니는 게 편하다”며 “부모님도 나를 위해 운전하고 챙겨주는 게 뿌듯하다고 하신다. 함께 시합이 열리는 전국팔도 함께 돌아다니면서 맛있는 거 먹고 좋은 추억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부모님이 나를 뒷바라지 하느라 많은 걸 희생하셨다. 그걸 조금씩 갚아드리고 싶다”고 했다.
우승도 5차례 했다. 효도는 어느 정도 한 것 같나.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조금은 한 것 같다. 어머니, 아버지가 내가 드린 생신 선물 등을 받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그런 게 더 열심히 하게 되는 동기부여도 된다. 올해와 내년에 잘해서 멋진 집 한 채 사드리고 싶다. 지금은 집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 하하.”
여덟 살 아래 남동생도 끔찍이 아끼는 걸로 아는데.
“동생은 럭비 선수를 하고 있다. 올해 연세대에 입학했다. 나보다 체격이 더 좋다. 키가 188cm에 몸무게 90kg인데 다 근육이다. 혹시 이름 써줄 수 있나? 서보성이다. 동생도 어릴 때부터 격한 스포츠를 좋아했다. 중학교 때부터 럭비를 했는데 많이 다칠 수 있기 때문에 하지 말라고 말렸지만 본인이 워낙 좋아해서 그냥 뒀더니 잘 하더라. 단체훈련하고 합숙하니까 자주는 못 본다.”
서요섭 하면 장타다. 아마추어를 위한 조언을 한다면.
“기본적으로 당연한 거지만 운동을 꾸준하게 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체나 팔 힘이 강해야 멀리 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하체나 엉덩이 쪽 근육을 강화해야 거리를 내는 데 훨씬 더 도움이 된다. 볼을 칠 때도 하체 리드를 해야 더 좋은 감을 유지할 수 있다. 나도 하체 운동이나 점프 운동을 많이 했다.”
올해는 팬들에게 어떤 플레이를 보여주고 싶나.
“퍼포먼스 측면에서 좀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장타 못지않게 쇼트게임도 중요하고, 다양한 구질도 구사하려고 한다.”
2월과 3월에 틈틈이 아시안 투어에도 나갔는데.
“몸도 풀 겸 시합 감각을 유지하고 싶어서 나갔다. 3~4개월 쉬면 아무래도 감이 떨어지고 다시 끌어올리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아시안 투어 선수들의 기량도 전반적으로 뛰어나서 배울 점도 많았다. 연습 환경도 좋았다. 올해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짜진 않았지만 국내와 아시안 투어를 병행할 예정이다.”
올해 목표는 뭔가.
“지난해와 재작년에 2승씩을 했다. 올해는 3승을 하고 싶다. 지난해 대상을 아깝게 놓쳤기 때문에 올해는 여유로운 차이로 대상을 하는 것도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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