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중국이 첨단 반도체 기술을 군사용으로 전용하는 것을 막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보니 젱킨스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 담당 차관)
미국 국무부는 12일(현지 시간) 중국의 민군융합(MCF·Military-Civil Fusion) 전략에 우려를 표하며 중국의 핵심 기술 확보를 막기 위해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는 미국 정부가 가장 중시하는 정책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젱킨스 차관은 이날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벨퍼센터가 공동 개최한 ‘한반도 안보 서밋’ 기조연설에서 “미국이 중국에 대한 안보 우려를 관리하고 완화하기 위해 수출 통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미국이 당면한 주요 안보 위협으로 중국의 민군융합 전략을 지목했다. 중국은 민간 기업과 국영 방산 기업 간 경계를 허물고 있는데 이는 민간 기업이 확보한 첨단 반도체나 핵심 기술이 자율무기체계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등에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젱킨스 차관은 “첨단 반도체에 의존하는 인공지능(AI)이 시민을 감시하는 데 악용돼 기본적 인권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첨단 반도체를 확보하지 못하게 막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미국과 파트너들이 중국과 더 격차를 벌릴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사례로 미국의 반도체법(CHIPS Act)을 제시하며 “미국 내 반도체 제조와 연구개발 등에 520억 달러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이 모든 것을 생산할 수는 없다”면서 “아시아에 주요 반도체 생산국들이 위치해 있는 만큼 아시아 동맹국 파트너들과의 협력 증진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서밋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수출 통제가 더욱 촘촘해지는 가운데 중국의 보복이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
제이슨 수 하버드 케네디스쿨 애시센터 선임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에 대한 보안 조사를 시작한 것을 거론하며 “향후 중국 정부가 이와 유사한 반격 조치를 지속적으로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주도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되는 가운데 인력 수급과 반도체 생산 비용 증가 문제가 향후 반도체 산업이 직면할 도전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정민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 연구원은 “미국이 반도체법 제정 등을 통해 다양한 대중국 규제 조치를 취한다 해도 중국의 신기술 개발을 완전히 막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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