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미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넷플릭스와 테슬라가 약세를 보이면서 혼조세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0.03% 오른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01%, 0.23% 떨어졌는데요. 유럽 국채금리가 뜀박질하면서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한때 연 3.63%대까지 상승했습니다. 국채금리 오름세에 달러인덱스도 한때 102.2까지 올랐는데요.
어제 월가의 예상보다 크게 낮은 신규 가입자 수를 유치한 넷플릭스는 이날 주가가 3.17% 빠졌습니다. 장마감 후 실적을 내놓은 테슬라는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24% 감소한 25억1000만 달러였는데요. 영업이익률이 11.4%로 전분기(16%)나 전년 대비(19.2%) 크게 하락했습니다. 이날 2.02% 하락마감한 테슬라는 실적 발표 뒤 4.5% 가까이 빠지기도 했죠.
추가로 이날 지역은행들의 실적과 베이지 북이 관심사였는데요. 오늘은 국채금리와 지역은행, 베이지 북, 증시 전망 등을 짚어보겠습니다.
“英, 두 자릿수 인플레에 주요국 국채금리 연쇄 상승”…“US뱅크 예금 194억 달러↓·웨스턴 얼라이언스 20억 달러↑”
먼저 영국 상황 간단히 보죠. 이날 영국은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10.1%라고 밝혔는데요. 시장 예상치 9.8%를 웃돌았습니다.
높은 에너지 가격과 파업, 코로나19 이후 일손 부족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죠. 2월 수치(10.4%)보다는 낮았지만 여전히 두 자릿수입니다. 인플레이션 타깃(2%)과 비교하면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인데요.
식품 가격 상승률이 무려 19.1%로 1977년 이후 최대입니다. 에너지와 농산물을 제외한 근원 물가도 6.2%에 달하죠.
이렇다 보니 월가에서는 영란은행(BOE)의 최종금리(terminal rate·터미널 레이트)를 올려 잡았습니다. 다음 달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했던 모건스탠리는 5월 BOE의 0.25%포인트(p) 인상과 함께 “6월에도 가능성이 있다”고 입장을 바꿨는데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BNP파리바, RBC 캐피털도 5월 0.25%p 인상할 것으로 봅니다. 현재 BOE의 기준금리는 4.25%인데요. 도이치뱅크는 BOE가 5월과 6월, 각각 0.25%p씩 올려 최종금리가 4.75%까지 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더 높은 최종금리는 ‘영국 국채금리 상승→유럽 국채금리 동반상승→미국 국채금리 상승'으로까지 이어지는데요. 예상보다 높은 영국의 두 자릿수 물가는 다른 나라에도 인플레이션 우려를 더해줍니다. 어제 3.72% 안팎이었던 영국의 10년 물 국채금리가 이날 장중 3.875%까지 올랐고, 10년 물 독일 국채금리도 2.53% 선을 돌파했는데요.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 고문은 “영국의 인플레이션 수치가 미국의 2년 물 국채를 포함해 대부분의 선진국 국채금리에 상승 압력을 줬다”고 설명했습니다. FHN 파이낸셜의 짐 보겔 금리 전략가는 “영국 데이터에 미 국채금리가 상승했으며 투자자들은 (인플레 수치에 따라서는) 연준도 인상을 중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는데요.
연장선에서 금리에 민감한 미국 지역은행 상황은 다소 엇갈렸습니다.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에 있는 시티즌스 파이낸셜 그룹의 경우 이날 발표한 주당순이익(EPS)이 1.1달러로 월가의 예상을 밑돌았는데, 올 1분기에만 예금이 4.7%(85억 달러) 빠졌는데요. 대출도 20억달러가량 줄었습니다. 예금과 대출, 수익성 감소가 같이 나타난 셈인데요. 대출은 지역 경기에도 일부 영향을 줄 수 있겠죠.
US뱅크의 경우 3월 말 현재 예금이 5053억 달러로 지난해 말보다 약 3.7%(194억 달러) 감소한 것으로 나왔는데요. 같은 기간 대출도 0.1% 감소했습니다. 앨리 파이낸셜은 예금은 소폭 늘었지만 EPS가 전망을 밑돌고 자동차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있다고 했죠. 이는 자동차 대출부실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로 눈여겨 볼 대목입니다. 블룸버그는 “앨리의 이익 하락은 미국 자동차 대출의 위험을 강조한다”고 했는데요.
반면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크는 이날 24.12% 폭등했습니다. 이 은행은 1분기에 60억 달러의 예금유출이 있었지만 이달 들어 14일까지 20억 달러가 새로 들어왔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급등했죠. 동시에 예금보호를 받는 예금의 비중이 3월 말 68%에서 14일에는 73%로 올라갔다고 했는데요. 이는 특정 기관에서 대규모로 예금을 유치한 게 아니라 소액을 쪼개서 받았다는 의미로 다양성 측면에서 좋아진 겁니다.
“베이지 북, 미국 소비 비슷하거나 약간 감소”…“지역은행, 24일 퍼스트리퍼블릭 실적이 고비”
웨스턴 얼라이언스 효과는 적지 않아서 아직 실적을 내놓지 않은 퍼스트리퍼블릭뱅크(12.4%)와 피프스 서드 뱅크콥(3.13%) 등도 줄줄이 올랐는데요. 지역은행 전체적으로도 긍정적 영향을 줬죠. 메트로폴리탄 은행은 예금이 전분기 대비 3%가량 빠졌지만 대부분이 암호화폐 관련이라고 알려지면서 17.7% 상승했습니다.
다만,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크 사례는 좀 더 두고 볼 필요가 있는데요. 예금이 다시 들어오고 있다는 점은 좋지만 빠르게 다시 늘어난 예금의 대가(예. 높은 수신금리 및 수익성 감소)가 무엇인지 따져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당장은 예금이 느니까 환호성을 지를 수 있어도 그 뒤까지 봐야 하는데요. 이 은행의 1분기 순이자이익은 이미 전기 대비 5% 넘게 하락했습니다. 분기 EPS도 1.28달러로 월가 예상(1.95달러)보다 크게 낮죠. 앞서 설명드린 시티즌스 파이낸셜만 해도 올 순이자이익 성장률 전망치가 11~14%에서 5~7%로 떨어졌습니다. 다가오는 경기침체 가능성과 상업용 부동산은 지역은행의 손실을 더 키울 수 있는데요.
무보험 예금이 줄어든다는 것도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거액으로 거래하는 고객이 대출과, 투자상품 쪽에서 돈을 더 벌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죠. 예금을 잘게 쪼개야 하면 수익성 있는 고객이 대형 은행으로 갈 수 있는데요. 크리스 베론 스트래테가스 파트너는 “대형 은행과 소형 은행 사이의 양극화에 충격을 받았다”며 “JP모건체이스는 수익이 안정화하고 있지만 소형사는 최저점을 새로 쓰고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지역은행 실적은 24일에 있을 퍼스트리퍼블릭뱅크가 관건인데요.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사태)과 대형은행의 공동예금으로 목숨을 부지한 퍼스트리퍼블릭뱅크의 자료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지역은행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날 나온 베이지 북은 “몇몇(Several) 지역에서 은행들이 높아진 불확실성과 유동성 우려에 대출 기준을 강화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번 베이지 북은 4월10일까지의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3월 베이지 북 이후 실리콘밸리은행(SVB) 영업정지와 은행 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지역은행들의 상황을 일부 들여다볼 수 있는데요.
대출 기준 강화는 심사를 깐깐하게 한다는 뜻으로 대출 감소로 이어져 경기둔화 속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전문가들이 걱정해오던 하반기 침체의 첫 걸음인데요. 베이지 북을 통해 최소 은행 위기 이후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대출 감소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 거죠.
앞으로 2분기, 하반기에 은행권 대출이 어떻게 흘러가느냐가 중요해졌습니다.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보듯 일부 지역은행의 예금과 대출이 줄었고 경기가 확 좋아질 일은 없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은행들이 계속 보수적일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는데요. 나중에 나올 연준의 ‘시니어 론 오피서 오피니언 서베이(Senior Loan Officer Opinion Survey)’를 보면 좀 더 알 수 있을 겁니다. 상업용 부동산이 얼마나 버티느냐도 중요한데요.
베이지 북은 또 “최근 몇 주 간 전반적인 경제활동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소비자 지출은 일반적으로 증가하지 않거나 약간 감소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물가 상승률은 둔화하는 것처럼 보이고 있음에도 전반적인 수준은 완만하게 상승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베이지 북은 고용과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신용에 대한 접근 길이 좁아지면서 미국 경제가 정체했다고 평가했다”며 “전체적으로는 경제가 견조한 수준이라고 본 3월 초에 나왔던 베이지 북의 톤보다 한 단계 낮아진 것”이라고 해석했죠.
“VIX 또 하락, 증시 방향성 없는 거래 지속”…“할인판매에 매출 맞춘 테슬라, 영업마진은 뚝”
실제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올 1분기 약 114억 달러어치의 회사채가 투자적격에서 부적격 등급으로 강등됐습니다. 지난해 전체 규모의 60%에 해당한다고 하는데요. 올해의 등급 하락 속도는 2020년 이후 가장 빠른 것으로 올해 이 같은 ‘추락천사(Fallen Angels)’들의 규모가 600~8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합니다. 경기둔화 및 은행 위기 이후 금융권의 신용 감소와 맞물릴 수 있는 대목인데요.
27일 나올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는 현재 블룸버그 집계치 중앙값이 전기 대비 연율 기준 2.0%입니다. 아직 예측처가 8곳으로 적긴 한데요. 모건스탠리가 1.2%를 제시한 반면 JP모건증권의 마이클 페롤리는 3.3%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달 초 1.5%까지 떨어졌던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 예상치는 현재 2.5%까지 올라와 있는데요.
씨티는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4%로 상향 조정하면서 미국의 침체 진입 시점을 3분기에서 4분기로 늦추긴 했습니다. 중국이 생각보다 좋고 미국이 좀 더 버틸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인데요. 공급망 기술업체 플렉스포트(FlexFort)가 미국의 수입 현황과 가계소비를 따져보니 최소 여름 때까지는 침체 없이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침체 시점이 뒤로 밀렸을 뿐 사라진 건 아닙니다. 네이선 시츠 시티 이코노미스트는 “은행의 극심한 긴장 상태는 완화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리스크는 계속되고 있으며 최근의 은행 위기는 은행의 자산과 예금, 수익성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이는 대출감소를 포함해 신용 공급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연방정부 부채한도에 관해서는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이 한도를 1조5000억 달러 늘려 내년 3월 말까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막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현재 한도는 31조4000억 달러인데요.
물론 조건이 달려있습니다. 정부가 쓸 곳을 조정할 수 있는 재량지출을 1300억 달러 감축하고 향후 상승률도 1%로 묶겠다는 건데요. 민주당은 조건없는 증액을 원하지만 협상의 희망은 있는 겁니다.
추가로 지금까지 실적을 내놓은 S&P500 기업 53개 가운데 83%가 월가의 예상을 웃돌았다고 하는데요. 미 경제 방송 CNBC는 “지금까지 1분기 실적은 시장의 공포를 이기고 있다”고 했습니다.
시장은 전반적으로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인데요. 어제 3대 지수 변화폭이 동시에 0.1%p를 밑돈 것 2021년 11월15일 이후 처음이라고 하죠. 마켓워치는 “지수는 연중 최고치에 가깝지만 1분기 어닝 시즌이 시작하면서 방향성 없는 거래에 변동성이 약해지고 있다”고 봤는데요.
보기에 따라 산디 브라가 애스피리언트의 최고 고객담당 임원은 “투자자들은 기업 이익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 걱정해왔고 확실히 이런 면이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시장은 그것에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LPL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는 “시장이 대부분의 경제 및 금융 뉴스에 대해 꽤 우호적이다. 주식시장은 승자와 패자가 하루하루 바뀌는 시소게임을 하고 있다”고 봤는데요.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변동성지수(VIX)가 이날도 하락하면서 16.4대까지 떨어졌습니다. 2021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하죠. 월스트리트베츠에서는 최근의 VIX 움직임이 2008년과 묘하게 비슷하다는 추정이 있기도 한데요. 앞으로 큰 변동성이 찾아올 것인지 아니면 한동안 좋을 건지 좀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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