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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혜선의 시스루] '닥터 차정숙'의 용기 있는 도전, 늦어도 괜찮아

[리뷰]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

가정주부가 레지던트 되는 이야기

엄정화, 김병철 등 주연



드라마, 예능의 속살을 현혜선 기자의 시점으로 들여다봅니다.




'닥터 차정숙' 스틸 / 사진=JTBC




인생에는 적절한 때가 있다고 한다. 공부할 때, 직업을 가질 때, 결혼할 때, 아이를 낳을 때. 이때를 놓치면 인생에 실패한 것처럼 말하지만, 조금 늦으면 어떤가. 늦었다고 포기하는 것보다 도전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만큼 의미 있는 일은 없다. '닥터 차정숙'은 50대 주부의 레지던트 도전기를 그리며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극본 정여랑/연출 김대진)은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엄정화)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다. 차정숙에게 가장 즐거운 일은 공부다. 밖에서 노는 것보다 공부를 좋아했던 그는 의대에 진학했고, 의사로서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그러나 서인호(김병철)와의 하룻밤으로 임신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20년 동안 차정숙은 가족을 위해 헌신했다. 시어머니(박준금)을 모시고 살면서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를 했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혹독한 현실뿐이었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남편은 간 이식을 망설이고, 시어머니는 모질다. 구사일생으로 삶의 기회를 얻은 그는 변화를 꾀하게 된다.

돌아온 차정숙은 자신의 이름으로 된 게 핸드폰뿐이라는 걸 깨닫는다. 시어머니는 돈으로 눈치 주고, 남편은 고상한 척 쌀쌀 맞고, 아이들은 고마운 걸 모른다. 그 순간 외로움을 느낀 차정숙은 자신이 잘하는 게 뭔지 떠올리게 되고, 오래전 못다 이룬 의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레지던트에 지원한다.



작품은 가정을 위해 헌신했던 주부가 자신의 이름과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는 스스로를 돌보는 거라는 메시지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삶은 고결해 보일 수 있지만, 알맹이를 잃기 십상이다. 차정숙은 그동안 자신이 뭘 좋아했는지, 어떻게 하면 행복했는지 잊고 있었다. 앞으로 차정숙이 자신의 알맹이를 찾는 여정에 발맞춰 볼 수 있다.

차정숙의 용기는 희망적이다. 대한민국에서 나이는 인생의 중요한 척도로 작용한다. 20대에 해야 할 일, 30대에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고, 4~50대에 이뤄놓았어야 될 게 성적표로 메겨지는 사회다. 50대 차정숙이 20년 전 꿈, 그것도 오랜 수련을 필요로 하는 의사에 도전하는 건 허무맹랑해 보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힘든 길이지만, '닥터 차정숙'은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의사가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닌, 그 과정에서 성장하고 삶의 의미를 깨닫는 게 중요하다고.



곳곳에 있는 코미디 장치는 기분 좋은 쉼표를 찍는다. 차정숙이 자는 서인호의 뺨을 때리고, "피부가 너무 좋아서 짜증 난다"고 하는 장면, 차정숙이 백화점에서 마구잡이로 카드를 긁자 문자를 보고 경악하는 서인호의 모습 등은 폭소를 유발한다. 작품의 분위기와 전개를 무너트리지 않게 적재적소에 들어간 코미디는 시청자들에게 숨 쉴 틈을 만들어 준다.

얽히고설킨 치정 싸움도 눈여겨볼 만하다. 차정숙, 서인호, 최승희(명세빈)는 대학 시절 인연이 있다. 서인호와 최승희가 연인이었는데, 서인호와 차정숙이 하룻밤 눈이 맞았고, 차정숙이 임신하게 되면서 얽힌 것이다. 이후 서인호와 최승희는 지금까지 불륜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차정숙에게 새롭게 찾아온 인연, 로이킴(민우혁)도 있다.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보는 게 관전 포인트다.

엄정화의 연기 내공은 빛이 난다.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그는 진한 감정선으로 차정숙에게 개연성을 부여한다. 자칫 동화적으로 보일 수 있는 캐릭터를 땅에 붙이면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이끄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차정숙이 아플 때 함께 아파하고, 기쁠 때 함께 기뻐하면서 작품에 몰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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