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을 둘러싼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 논란을 부른 녹취록 파문이 번지고 있는 가운데 이준석 전 대표가 5일 당이 전날 최고위원회의를 열지 않은 데 대해 날을 세웠다. 그는 "학교폭력을 없애려고 학교를 없애고, 식중독을 없애려고 식당을 없애나"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우스갯소리로 학교폭력을 없애는 제일 좋은 방법은 학교를 없애는 거란 말이 있지만, 그게 사실 맞는 방법은 아니다. 말이 안 되는 방법"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행사 일정으로 회의를 취소했다는 국민의힘의 해명에도 "눈 가리고 아웅이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앞서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날 예정됐던 최고위원회의를 열지 않았다. 최고위원회의는 통상 당 대표 주재로 월요일과 목요일 주 2회 열리는 데 회의 전날 갑자기 취소된 것이다.
이를 놓고 당 안팎에서는 최근 잇달아 물의를 일으켜 당 윤리위에 회부된 태 최고위원과 김재원 최고위원의 회의 참석을 막기 위한 조처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김기현 대표는 같은날 이영훈 한국교회총연합 대표를 예방한 후 기자들과 만나 "오전 9시 40분부터 용산에서 계속 공개적인 행사 일정이 있었다. 일정상 (회의 개최가)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전 대표는 당내에서 태 최고위원을 1년 이상의 중징계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데 대해 "당원들의 선택으로 두 달 전에 선출된 사람을 총선 출마에 봉쇄시키겠다는 의도"라고 질타했다.
이 전 대표는 특히 태 최고위원 녹취록 사태에 대해 "녹취가 유출된 내용상 태 최고위원이 잘못한 것이냐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잘못한 것이냐"며 "무엇을 갖고 징계하는지도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녹취록은 전당대회 다음날인 지난 3월 9일 이 수석이 태 최고위원에게 내년 총선 공천 문제를 거론하며 한일 관계를 옹호하는 취지의 발언을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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