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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스와프 재개?…한일 정상회담 앞두고 열린 ADB 연차총회[뒷북경제]

ADB 연차총회서 한일 양국 경제수장 만나

2016년 이후 7년만에 재무장관 회의 재개 결정

정상회담 맞물려 통화스와프 재개 거론되나

엔화 약세에 실익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와

ADB 기후기술허브 내년 서울 설치키로





지난주 인천 송도에서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가 열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서 ADB 연차총회가 열리는 것은 2004년 이후 19년 만입니다. ADB는 1966년 아시아 지역 개발도상국들의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의 주도로 설립됐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고속도로인 경인고속도로가 1968년 ADB의 자금을 지원받아 건설됐습니다. 우리나라의 ADB 지분은 약 5%로 68개 회원국 중 8위입니다.

오는 7일 한일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 ADB 연차총회에서 한일 경제협력 정상화에 관심이 쏠린 이유입니다. 실제로 2016년 이후 중단됐던 한일 재무장관 회의가 ADB 연차총회를 계기로 7년 만에 다시 열립니다. 2일 만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즈키 순이치 일본 재무상은 양국 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며 재정당국 간부들이 경제금융 분야에서 의견을 교환화는 한일 재무장관회의 재개를 추진키로 했습니다.

한일 양국의 재무당국 수장과 실무진이 참석해 경제 현황·거시정책·세제·예산 등을 논의하는 이 회의는 2006년 시작해 정기적으로 열리다 2016년 8월 유일호 당시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의 회의를 마지막으로 중단됐습니다. 2017년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 2019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일본의 수출 규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냉각된 탓입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이 2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56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한·일 재무장관 양자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 부총리는 회담에서 “12년 만에 한일 정상 간 ‘셔틀 외교’가 복원됐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G7 재무장관회의에 일본이 한국을 초청하는 등 양국 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이런 협력을 앞으로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지난달 28일 일본 경제산업성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로 재지정하기 위한 절차를 개시한 점을 언급하며 “일본 측의 화이트리스트 복원이 조속히 완료되길 희망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추 부총리는 회담 이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도 “7년여 만에 재기된 한일 재무장관간 공식적인 만남이고 공식 회의를 정례화하는 데 합의를 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며 “공식 대화의 첫발을 내딛고 일본 재무차관이 6월에 한국 와서 양국 재무장관 회의와 관련한 실무적인 조율과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한일정상회담과 맞물려 통화스와프 재개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통화스와프는 외환 위기 등과 같은 비상시기에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을 뜻합니다. 일종의 ‘마이너스통장’ 같은 개념으로 위기 때 달러 등 외화 조달이라는 실질적인 역할뿐 아니라 시장의 불안이 커지는 것을 사전에 막는 심리적 안전판의 역할도 합니다. 이번 회의에서 스즈키 재무상은 한일 통화스와프협정은 화제에 오르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7일 진행하는 정상회담에서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2001년 7월 20억달러 규모로 시작됐습니다. 이후 규모가 점점 늘어 2011년 말 스와프 잔액이 700억 달러까지 늘었습니다. 당시 통화스와프는 2008년 경제 위기를 이겨내는데 기여를 했다는 평가도 받습니다. 하지만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등에 따른 양국 관계의 악화로 계약 연장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규모가 줄기 시작했고 이후 2015년 마지막 남아있던 100억 달러도 연장을 하지 않으면서 아예 중단됐습니다.

최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금융시장의 위험이 늘어나며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로 외환시장 안전판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기축통화인 엔화와의 통화스와프 재개는 상징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당장 통화스와프 체결이 급하지 않다는 분위기입니다. 양국 재무장관 회의가 이제 막 첫발을 떼는 상황에서 먼저 통화스와프를 꺼내면 그만큼 우리나라 외환시장에 문제가 있다고 비춰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제56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개회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화스와프 체결의 실익은 없는 반면 체결 과정에서 양보해야 할 것들이 많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엔화의 위상이 과거와 같지 않은 만큼 통화스와프 체결의 실익은 잘 보이지 않는다”며 “관계 회복 차원에서 상징적인 수준의 통화스와프 체결이면 모를까 우리가 굳이 뭔가를 양보하면서까지 붙잡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정부는 이번 ADB 연차총회에서 아태기후혁신금융퍼실리티(IF-CAP)을 출범하고 미국, 영국, 일본, 스웨덴, 덴마크와 함께 공여국으로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ADB는 1000억 달러의 기후변화 금융 지원을 목표로 IF-CAP를 설립했습니다.

한국이 2006년 디지털 분야와 지식 공유를 지원하기 위해 설치한 e아시아 지식협력기금에도 올해부터 6년간 1억 달러를 추가 출연합니다. 아태사업준비퍼실리티(AP3F), ADB 벤처에 각각 500만 달러를 신규 출연, 300만 달러를 추가 출연하며, 이번 총회에서 발족한 ADB 프런티어 퍼실리티에 공여국 중 최초로 100만 달러 출연을 약정했습니다. AP3F는 아태 지역 개도국의 민관합작투자 지원, ADB 벤처는 개도국의 스타트업 육성, ADB 프런티어 퍼실리티는 아시아 최빈국 중소기업 지원에 쓰입니다.

ADB의 기후기술허브(K허브)를 내년 서울에 설치하기로 한 것도 성과입니다. 기후 분야 네트워크의 거점이자 싱크탱크 역할을 할 K허브는 한국과 ADB가 공동으로 설립하고 인력도 공동으로 파견해 운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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