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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가 11년 별거한 前부인 "연금 절반 달라"…법원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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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으로 혼인관계가 유지된 기간이라도 부부의 역할을 분담하지 않은 별거 기간에 대해서는 노령 연금 분할 청구를 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신명희)는 A씨가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이혼한 배우자에게 별거 기간에 대한 분할연금을 지급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지난 3월 2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지난해 3월 이 소송을 접수한 A씨는 전 배우자 B씨와 1983년 10월 혼인해 2005년 10월 협의 이혼에 이르렀다. 결혼 생활 22년 중 1994년 4월부터 2005년 10월까지 11년 동안은 별거 생활을 했다.

문제는 B씨가 A씨의 국민연금 가입 기간 중 혼인 기간에 발생한 노령연금을 분할해달라고 요구하며 시작됐다.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와 5년 이상 혼인 관계를 지속하다가 이혼한 배우자는 수급권자 연금의 절반을 '분할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두 사람의 혼인 기간 중 A씨는 1988년 1월부터 2007년 1월까지 206개월간 연금에 가입된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혼 이후인 2021년 2월 B씨가 62세가 되면서 분할연금 지급 연령이 시작됐다.

B씨는 2020년 12월 공단 측에 국민연금법에 따라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노령연금 분할연금을 지급해달라고 요청했는데, 공단은 이듬해 2월 B씨의 연급 수급권을 인정하고 같은 해 3월 A씨에게 노령연금 변경을 통지했다. 이에 따라 월 60만원에 달했던 A씨의 연금은 절반인 30여만원으로 깎였다.

A씨는 이같은 공단 처분에 반발했다. A씨는 연금에 가입한 1994년 4월부터 2005년 10월까지 B씨와 별거에 들어가 혼인 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B씨와 사이에 낳은 두 아들이 1994년 B씨가 집을 나간 이후 2005년 10월까지 11년 6개월 동안 가사와 양육을 맡지 않았다고 진술한 사실확인서도 제출했다. 하지만 A씨가 2021년 7월 국민연금심사위에 제기한 심사 청구는 기각됐다.

같은 해 10월 재심 끝에 일부 의견은 받아들여졌지만 이마저도 2002년 8월부터 12월까지 B씨의 주민등록이 말소된 기간만 분할연금 수급권을 제외한다는 처분이었다.

결국 행정소송으로 이어진 이 사건에서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헌재 결정 후 개정된 법은 '혼인 기간' 의미에 대해 별거, 가출 등 사유로 실질적인 혼인 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던 기간을 제외한 기간을 뜻하도록 규정을 마련했다'며 "B씨에게 분할연금 수급권이 존재한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이 사건 대상 기간 실질 혼인 관계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2005년 10월 두 사람이 협의 이혼을 한 당시 B씨가 실제 이혼 연월일로 '1994년 4월 20일부터 별거'라고 기재했으며, 그해 11월부터 A씨와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분리한 정황 등을 거론하며 공단 측 처분이 위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실질적인 혼인 기간을 고려하도록 법이 개정됐지만, 노령연금 수급권 형성에 대한 기여는 부부생활 중 역할 분담 차원에서 이뤄지는 배우자의 가사·육아 등을 의미한다"며 "별거와 동시에 해당 기간 부부생활에서 아무런 역할 분담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녀들의 진술 등을 보아 B씨는 부부공동생활에서 아무런 역할을 분담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러한 경우까지 혼인 기간에 해당함을 전제로 분할연금 수급권을 부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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