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대통령 선거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포함한 전 후보자의 과반 득표 실패로 결선 투표에서 최종 승자를 가리게 됐다. 1차 투표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선거 전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고 야권 연합의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를 앞서며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튀르키예의 정치·경제·외교적 노선을 결정지을 28일 결선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튀르키예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5일(현지 시간) 집권 정의개발당(AKP)의 에르도안 대통령이 49.4%를 득표해 1위를 굳혔다. 이어 클르츠다로을루 후보가 44.96%로 2위를 기록했고 시난 오안 승리당 대표는 5.20%, 무하렘 인제(기권) 조국당 대표는 0.43%를 득표했다.
튀르키예 대선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1·2위인 에르도안 대통령과 클르츠다로을루 후보가 28일 결선에서 다시 맞붙게 됐다. 선거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클르츠다로을루 후보에게 밀렸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지지자들에게 “(투표 결과) 우리가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대선과 함께 치러진 총선에서도 AKP 연합의 과반 의석 확보가 유력해진 상황을 언급하며 “우리 연합에 과반 의석을 준 지지자들은 분명히 대선에서도 안정적으로 우리 편에 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1차 투표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을 누르지 못한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는 결선에서 역전승을 노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는 “국민들이 2차 투표를 원한다면 이를 존중한다”며 “에르도안은 결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르도안 정부가 통화정책 실패와 올해 2월 대지진 때의 미흡한 대처 등으로 거센 비판을 받고 있지만 야권 후보 역시 충분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현 야권은 너무 오랫동안 집권하지 못했다”며 “클르츠다로을루의 통치가 어떤 형태로 이뤄질지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오안 후보의 지지 세력이 ‘캐스팅보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오안 후보가 우파 성향임을 고려하면 그를 향하던 표심이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흡수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이날 개표 결과가 전해지자 튀르키예 증시는 개장 전 한때 BIST100 등 대표 지수가 6% 넘게 폭락하며 서킷 브레이커(매매일시정지)가 발동됐다. 향후 2주일가량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증폭될 수 있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리라화 가치 역시 불확실성을 흡수하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달러당 리라화는 장중 19.70리라까지 떨어지며 대지진 여파가 컸던 3월 이후 두 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번 대선은 결과에 따라 튀르키예의 대내외적 정책 노선이 큰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점에서 세계 각국의 관심을 받고 있다. 20년간 집권해온 에르도안 대통령은 대표적인 친러시아 인사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對)러 제재에 불참하고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 반대하는 등 서방 세력과 마찰을 겪어왔다. 반면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주장하는 클르츠다로을루 후보가 당선될 경우 튀르키예가 친서방 쪽으로 외교 노선을 틀면서 국제 정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 중 하나인 튀르키예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할 경우 유럽 및 중동 지도자들이 겪는 외교적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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