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탄소 배출이 많은 대표 자산인 원유 나프타 설비, 철강 고로 등은 자산가치 평가 때 다른 자산보다 더 많이 감액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자산에 페널티를 부여하는 쪽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고 미국·유럽 등 선진국 중심으로 강화되고 있는 탄소 배출 규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기업의 연착륙을 유도하기로 했다.
17일 정부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탄소 중립에 따른 기업 자산 손실 영향 평가 방법론 개발 연구’에 착수했다. 이번 연구의 목적은 탈(脫)탄소 정책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좌초자산’의 가치를 책정할 적정한 방법을 찾는 데 있다. 좌초자산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아 향후 탄소 중립 실현에 따라 대체되거나 가치를 잃을 가능성이 큰 자산이다. 석탄발전소를 비롯해 정유회사의 원유 정제 시설, 제철 회사의 고로 등이 꼽힌다.
정부 관계자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좌초자산 평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 (연구용역으로) 방향성을 잡을 필요가 있다”며 “(이번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기업별 좌초자산의 (탄소 배출이 적은 자산으로의) 시프트(전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좌초자산 연구에 나선 것은 향후 탄소를 과다 배출하는 자산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국제 공시 규준을 마련하는 등 투자자들의 좌초자산 평가 수요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아직 해외에서도 명확한 평가 방법론이 정립되지 않았을 정도로 좌초자산 산정이 까다롭다는 것이다. 정부는 큰 틀의 방향성을 잡고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 업계의 한 임원은 “탄소 중립을 실천하려면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자산 가치 평가 등에서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관련 기준을 정립해주면 기업으로서도 탈탄소 전환에 따른 경영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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