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와 외교부, 법무부가 외국인 가사근로자에게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하자는 법안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처의 법안에 대한 의견 관행상 사실상 반대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변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나설만큼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는 점이다.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대표발의한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서에는 고용부와 외교부, 법무부의 개정안에 대한 의견이 담겼다. 3개 부처는 “현행법 체계,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해외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회와 관가에서는 검토보고서에 ‘신중’이란 표현이 쓰일 경우 사실상 반대 의미를 담았다고 해석한다.
이 법안은 외국인 가사근로자에 대해 5년 간 한시적으로 최저임금법 적용을 제외하는 게 골자다. 싱가포르처럼 저임금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국내에 늘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자게 법안 취지다. 검토보고서도 “가사근로자가 최저임금법 적용을 받으면 월 최저급여는 약 200만원”이라며 “가정에서 경제적 부담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저출산 요인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필요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검토보고서에는 법안에 대한 우려점도 담겼다. 우선 현행 가사근로자법의 취지와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21년 6월부터 인증기관에 고용된 가사근로자는 근로관계법령을 적용받고 있다. 가사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다면 가사근로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한다는 이 법 목적과 어긋난다. 가사근로자는 그동안 근로기준법 사각 지대에 놓여 있었다.
특히 노동계는 외국인 근로자만 최저임금법을 적용하지 않는 게 부당하다고 주장해왔다. 외국인과 여성 근로자에 대한 임금 차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도 “근로기준법, 현행 판례, ILO 협약과 상충될 우려가 있다”며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외국인에 대해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사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최저임금을 배제하는 게 골자인 이 법안의 본회의 통과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는 게 중론이다. 과반수 이상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법안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법안 발의에 참여했던 민주당 의원 2명 모두 공동 발의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 법안 공동발의자는 모두 국민의힘이다.
변수는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고 정부도 대책을 조율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용부는 이미 작년 말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을 올해 실시한다고 예고했다. 서울시도 시범사업에 나설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저출산 문제 해결책으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토보고서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기 전 작성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