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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다고지, 교사, 선생, 스승

[가지가지로 세상읽기]<2>

■김관숙 선거연수원 초빙교수

선생님, 재능·잠재력 '온전히 드러내주는 자'





간만에 지방 강의 가는 새벽길. 라디오에서 룰루(LuLu)의 ‘To Sir With Love’가 흐른다. 영화 ‘언제나 마음은 태양’의 삽입곡인데 영화보다 주제가가 더 유명하다. 빈민가 아이들의 노는 모양이 아무래도 우리 현실과는 차이가 있고 또 한편으로는 계몽주의 색채가 아주 짙지만 선생님이 사랑과 관심으로 문제아들의 마음을 열게 한다는 설정이 우리네 정서에 딱이었다.

‘선생님 영화’하면 많은 이들이 ‘죽은 시인의 사회’를 떠올릴 것이다. “오 캡틴, 마이 캡틴”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는 키팅 선생님을 부르며 하나둘씩 책상 위로 올라가는 장면은 언제봐도 울컥하다. 많은 이들이 자신에게도 절실했던 나의 ‘키팅 선생님’을 그리워하지 않았을까. 명대사 ‘카르페 디엠(Carpe diem)’은 여전히 자주 소환된다. 입시 지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위로가 아닐까. 꿈꾸고 소통하고 숨 쉬는 학교, 그래서 우리네 학교가 ‘살아있는 시인의 사회’이기를 기도해 본다.

교육을 뜻하는 그리스어 ‘페다고지’는 Paida(어린이)와 Agogos(지도하다.이끌다)를 합친 말이다. 귀족의 자녀들을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며 교육한 이들을 ‘노비 복(僕)’을 써서 ‘교복(敎僕)’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당시의 교사는 ‘지식 전달자’의 역할이 컸다. 세상이 바뀌어서 이제는 학습자 중심의 시대, 바야흐로 '스스로 깨치는' 교육이 목표인 시대다. 그러고 보면 교사라는 말보다 선생이 딱 맞는 표현 아닐까. 먼저 태어나 본을 보여주는 사람. 영어 단어 Education도 ‘밖으로 끌어 내다’라는 뜻의 라틴어 'educare'에서 비롯한 것은 교육이 학습자 스스로 소질과 잠재성을 개발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니 선생은 그저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지원자요 조력자로 아이들을 밀어주고 끌어주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대리석에서 그저 필요 없는 걸 덜어냈더니 걸작이 나오더라’는 미켈란젤로의 말마따나 선생은 아이의 재능과 잠재력을 ‘온전히 드러내는 사람’이어야 한다. '교육'이라는 말도 '가르칠 교(敎)'와 '기를 육(育)' 두 글자에서 오롯이 채워주고 이끌어주는 두 가지 본질을 잘 보여주는 듯하다. 마치 알 속의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올 때, 서로 안팎에서 부리로 쪼아 어미와 새끼가 호응하는 줄탁동기(?啄同機)처럼. 그래서 종종 어미 닭은 '깨우치는 스승'으로, 병아리는 '깨닫는 제자'로 비유되곤 한다.

'교복'에서 출발해 교사와 선생, 스승에까지 이르는 여러 이름들, 우리 각각의 선생님은 스스로 어떤 역할이라고 생각할까.

신은 모든 사람을 다 돌볼 수 없어 어머니를 보냈다고 한다. 한 인간이 제대로 된 성인이 되도록, 정말 얼마나 큰 수고와 헌신이 필요할까. 그 헌신에는 선생님 또한 예외가 아닐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끌어주고 토닥여주는 수많은 선생님께 애쓰셨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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