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흔들리는 배(1984)’ 등 급속한 산업화의 그늘을 토속적이면서도 개성적인 문체로 그린 소설가 최일남 선생이 28일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대한민국예술원이 28일 밝혔다. 향년 91세다.
대한민국예술원에 따르면 최 작가는 이달 26일 몸 상태가 악화해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이날 0시 57분께 숨을 거뒀다.
1932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전주사범학교를 거쳐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53년 ‘문예’지에 단편소설 ‘쑥 이야기’가 추천된 데 이어 1956년 ‘현대문학’지에 ‘파양’이 최종 추천되면서 문단에 등단했다.
그는 1962년 경향신문에 기자로 입사한 이후 언론생활을 했으며 특히 197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왕성하게 작품들을 내놨다. 최일남은 출세한 촌사람들이 도시에 와서 겪는 객지 생활의 애환과 산업화의 그늘 등을 풍부한 토착어를 바탕으로 한 개성적인 문체로 그린 작가로 꼽힌다.
언론사와 정치권을 배경으로 정치권력의 위선과 횡포, 지식인의 타락을 풍자한 비판적 사실주의 경향의 소설들도 작품 세계의 다른 중요한 축을 이룬다.
단편집으로는 1975년 출간한 ‘서울 사람들’을 비롯해 ‘홰치는 소리’(1981), ‘거룩한 응달’(1982), ‘그리고 흔들리는 배’, ‘하얀 손’(1994), ‘아주 느린 시간’(2000)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그리고 흔들리는 배’는 1990년대 초반 각색돼 KBS에서 일일드라마로 방영되기도 했다.
장편으로는 ‘거룩한 응달’(1982), ‘하얀손’(1994), ‘덧없어라 그 들녘’(1996), ‘국화밑에서’(2017) 등을 남겼고, ‘말의 뜻 사람의 뜻’(1988), ‘정직한 사람에 꽃다발은 없어도’(1993), ‘어느 날 문득 손을 바라본다’(2006) 등 에세이집도 내놨다.
고인은 생전에 월탄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이상문학상, 인촌문화상, 한무숙문학상, 김동리문학상을 받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2001년에는 정부로부터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02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 됐고, 2008∼2010년에는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을 지냈다.
유족은 1남 1녀다. 빈소는 분당서울대병원이며 발인은 30일 오전 9시에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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