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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 자녀 못품는 출산 꼴찌국…'아동 수출' 中·印보다 많아

[2023 新가족 리포트] <4·갈길 먼 '입양 대책'>

입양아 10명 중 4명은 해외로

2020년 기준 266명 '세계 3위'

대부분 3세 미만 건강한 아이들

3명 중 1명꼴 입양후 학대 겪어

양육포기 사유 '미혼'이 압도적

임신기간부터 체계적 지원 필요





세계 3위. 주요 8개국(G8)을 넘볼 만큼 국력이 강해진 우리나라의 해외 입양 현실이다. 지난해에는 142명이 해외로 보내졌다. 국내에서 다른 가정을 찾은 아이들까지 포함한 전체 입양아 324명 중 43.8%에 달하는 수치다.

입양아들은 대부분 미혼모의 자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해외 입양아 가운데 미혼모 아동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 99.7%, 2019년 100%, 2020년 99.6%에 달했다. 미혼모가 아이를 키우기에 우리나라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미다. 무분별한 해외 입양을 줄이고 세계 꼴찌 수준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임신부터 출산, 그리고 양육에 이르기까지 장기적인 미혼모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해외 입양은 한국전쟁 직후 보금자리를 잃은 아이들에게 새 가정을 찾아준다는 의미로 시작됐다. 가난했던 시기 최소한 먹고 살게는 해주자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줄 알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빈곤을 극복하고 본격적인 성장의 시기에 들어선 1980년대 이후에도 출생 아동 100명당 1명이 다른 나라 가정으로 보내졌다. 아이들을 ‘수출’한다는 비판이 나온 것은 당연했다.

과거에 비해 해외 입양이 줄었지만 여전히 해외 입양 송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 국제 입양 통계를 집계하는 ISS(International Social Service)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해외 입양아는 266명에 달했다. 이는 콜롬비아(387명)와 우크라이나(277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수치다. 인구 강대국 중국(250명)과 인도(263명)에도 앞선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 5년간 이뤄진 해외 입양 자료를 보건복지부 아동복지정책과로부터 제출 받아 분석한 결과 입양을 보낸 사유는 미혼(친모 65.6%, 친부 23.4%)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미혼모나 미혼부가 자녀를 제대로 키우기 힘든 환경이라는 뜻이다. 다음이 경제적 이유(친모 23.0%, 친부 8.5%)였다.

오영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부모·아동 수당 등 미혼모의 출산과 양육을 지원하는 제도들이 생기면서 입양이 줄고 있는 추세지만 임신 기간에 받을 수 있는 지원은 아직 미미하다”며 “임신·출산·양육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미혼모도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충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15개 해외 입양 국가 가운데 한국이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인다”며 “가급적 국내에서 아동을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아동 보호 및 미혼모 지원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작용은 적지 않다. 해외 입양인 3명 중 1명꼴로 입양 가정에서 아동학대를 경험하고 있다. ‘해외 입양인 인권 실태 및 인권 보장 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토론회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입양인 35.5%가 아동학대를 경험했고 72.2%가 인종차별을 겪었다고 답했다. ‘해외 입양을 고려하기 전에 원가정 보호를 우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94.7%에 달했다.

지난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입양의 날 70주년 기자회견에서 OKRG(재외한국인진상규명그룹) 관계자가 발언하고 있다. 정유민 기자


정부가 2013년 서명한 헤이그 국제아동입양협약도 해외 입양을 최소화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협약은 ‘원가정 보호가 우선이며,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 국내에서 보호할 가정을 찾고, 국내에서 가정을 찾지 못할 경우 해외 입양을 추진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한 해외 입양인은 “다른 입양 부모를 만났다면, 다르게 키워졌다면, 백인 가정에 가지 않았다면 등 ‘만약’이라는 가정을 성인이 돼서도 계속한다”며 “상처를 지니고 사는데 끔찍하다”고 말했다. 생부모를 만나는 비율도 극히 일부다. 신필식 입양연대회의 사무국장은 “해외 입양을 무조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대부분의 해외 입양인들이 버려졌다는 생각으로 다른 문화에서 정체성의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고 강조했다.

매년 입양아 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국내 입양과 해외 입양 비율은 6 대 4로 유지되고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공고한 ‘시장’이 형성돼 있다고 지적한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입양 기관의 입장에서 국내 입양보다 해외 입양이 수익이 더 높고 사후 관리는 상대적으로 덜 필요해 해외 입양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해외로 보내진 아이들 대부분이 어리고 건강한 아이들이고 국내에서는 입양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부모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해외 입양아의 97.9%는 1~3세 미만이었다. 반면 3세 이상의 해외 입양은 1.4%인 2명에 그쳤다. 국내 입양된 3세 이상 아동 비율인 7%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한편 정부도 이 같은 문제 의식에 국내 입양 활성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는 국내 입양 활성화 기본 계획을 2026년에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입양 기관 중심의 입양 체계를 국가·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는 해외 입양에 있어서도 모든 입양 아동에 대해 아동·양부모 기록과 적격성을 상호 확인하는 국가 간 입양 절차를 마련하고 입양 이후 국적 취득 여부 등 적응 상황도 점검하는 내용이 담긴다. 이를 위해 헤이그 국제아동입양협약 비준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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