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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학설보다 25% 더 큰 발해…소중한 북방역사"

발해유적총서 낸 정석배 한국전통문화대 교수

궁전 기단 폭 92m… 장안성 압도

발굴 면적 신라·백제의 1% 불과

역사 전쟁 한가운데 선 해동성국

우리 것 지키려면 정부 지원 필요

정석배 한국전통문화대 교수가 발해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해동성국이라 불리는 발해는 고구려와 함께 역사 전쟁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중국은 자신들의 역사 중 일부라고 공공연히 떠들고 있죠. 가뜩이나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상태에서 연구자들마저 발해를 외면한다면 우리 역사를 중국에 송두리째 빼앗길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구난희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이병건 동원대 교수 등과 함께 중국과 러시아·북한에서 발굴된 발해 유적을 집대성한 ‘발해유적총서’를 발간한 정석배 한국전통문화대 교수 겸 북방문화유산연구소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발해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면서 그 역사까지 잊히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총서는 중국 718개소, 러시아 370개소, 북한 34개소 등 총 1172개에 달하는 발해 관련 유적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국내 최초의 연구서다. 연구 총괄을 맡은 정 교수는 발해를 30년간 연구한 고고학자로 발굴·조사를 위해 중국과 러시아를 마흔다섯 차례 방문하기도 했다.

정석배 교수가 주장하는 발해 강역도. 발해의 영토에 흑수말갈 지역까지 포함하면서 기존 학설보다 약 25% 정도 넓어졌다.


총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발해의 강역(疆域·영토). 지금까지 대부분의 연구는 발해의 강역에서 흑수말갈 지역을 제외했다. 반면 정 교수는 흑수말갈 지역까지 발해의 강역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헌에 발해가 흑수말갈을 포함한 모든 말갈족을 복속했다는 내용이 등장하고 실제로 흑수말갈이 약 107~108년간 중국에 사신을 보내지 못한 점이 그 근거다. 정 교수는 “러시아 문헌을 보면 발해가 자유시 지역까지 지배했다는 내용이 세 번이나 나온다”며 “이러한 근거로 볼 때 발해의 최대 강역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약 25~30% 정도 더 넓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가장 주목한 것은 120년 이상 발해의 수도 역할을 한 상경성 유적이다. 우선 그 규모부터 엄청나다. 전체 둘레가 36㎞를 넘고 성곽 둘레도 16.3㎞에 달한다. 특히 2호 궁전의 경우 기단의 좌우 폭이 92m나 된다. 그는 “2호 궁전은 중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거대한 규모”라며 “침전으로 예상되는 곳에는 온돌까지 깔려 있어 고구려 문화를 그대로 물려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발해가 수나라나 당나라의 지방정권이라는 중국 일부의 주장도 정면으로 반박한다. 상경성의 경우 장방형의 외성과 궁전이 있는 궁성, 관청이 모인 황성으로 구성돼 있고 도로도 반듯하게 구획된 계획 도성으로 자신이 천자라는 사실을 알리는 표식이었다고 한다. 정 교수는 “상경성은 중국 장안성과 같은 황제의 도성을 표방한 곳”이라며 “이는 지방 권력이라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중국 길림성에 위치한 발해의 오배산성 유적.


그가 발해 연구에 매달린 이유는 단순하다. 그 자체가 우리의 소중한 역사이기 때문이다. 발해는 통일신라와 함께 남북국시대를 연 동아시아의 강자였고 고조선·부여·북옥저·고구려와 함께 우리의 북방 역사를 대표하는 곳이기도 하다. 정 교수는 “발해는 한민족 역사상 최대 강역을 보유하고 있었던 국가”라며 “북방 유적을 연구하는 것은 단순한 고고학이 아니라 우리 역사를 되살리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발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시간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실효적 지배권에서 벗어나 있고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지역이다 보니 벌어지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한국 영토가 아니다 보니 북한에 있는 유적은 아예 볼 수조차 없고 중국 역시 직접 발굴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그는 “중국이 일부 유적을 발굴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예 감추고 보여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연구자라도 나서지 않는다면 발해의 역사는 남의 역사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정석배 한국전통문화대 교수


고고학적 측면에서 발해는 아직 미개척 지역이다. 유적 조사나 발굴 현황은 신라·백제 등과 비교조차 하기 힘들 정도다. 실제로 지난 50년간 러시아 연해주 등에서 발굴한 총면적이 백제 관북리 유적터와 비슷한 4만 ㎡에 불과하다. 그는 “발해 관련 발굴 면적은 신라·백제와 비교할 때 1%도 채 안 되는 수준”이라며 “우리의 역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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