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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 강남 도산대로에 현대차의 별들이 쏟아진 이유 [biz-플러스]

단종 이후 33년만에 실차 복원

그룹 역사 돌아보며 정체성 확립

9일 '포니의 시간' 전시회 막 올라

포니·포니2·포니 왜건 등 실차 전시

포니 탄생한 시대적 배경도 한 눈에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인근에 위치한 현대모터스튜디오의 리모델링 이전 모습. 사진제공=현대차그룹




7일 오후 자동차 브랜드의 성지인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변에 위치한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 1층 로비는 인파로 북적였다.

현대차(005380)그룹이 8년 만에 전면 리모델링해 화제가 된 5층 건물은 현대차의 헤리티지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포니의 시간’ 전시회 공간으로 완벽하게 탈바꿈해 있었다. 전시장에는 1975년 첫 국산차이자 현대차의 독자 모델로 생산된 포니가 단종(1990년) 이후 33년 만에 실차로 복원, 전시돼 있었다.

정의선(오른쪽 첫번째) 현대차그룹 회장이 7일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열린 ‘포니의 시간’ 오프닝 겸 ‘리트레이스 시리즈’ 출간 기념회에 참석해 초창기 현대차의 해외 딜러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서민우기자


1층 로비를 캐주얼한 파티장으로 바꾼 행사장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해 장재훈 현대차 사장, 김걸 현대차그룹 기획조정실장 사장, 송호성 기아(000270) 사장,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최고창의력책임자(CCO) 사장, 송창현 SDV본부장 사장 등 그룹 사장단 외에도 윤영준 현대건설(000720) 사장, 조성환 현대모비스(012330) 사장 등 계열사 대표까지 총출동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입사 이래 이렇게 많은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 보는 것 같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흔히 대기업 임원들은 군대의 장성(별)에 비유한다. 그만큼 되기 어렵단 뜻이다. 2021년 기준 현대차그룹(56개사)의 임직원수는 29만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서도 핵심 계열사의 대표는 열 손가락을 넘지 않으니 ‘별 중의 별’이라 부를 만하다. 이런 별들이 한낮에 도산대로에 쏟아진 이유는 뭘까.


伊 밀라노 헤리티지 프로젝트…서울 한복판서 재연


리트레이스 시리즈. 사진제공=현대차그룹


답은 ‘헤리티지’ 였다. 이날 행사는 9일 시민에게 ‘포니의 시간’ 전시회 공개를 앞두고 마지막 점검을 겸한 오프닝 이벤트 성격으로 열렸다. 포니의 시간은 지난 5월 이탈리아에서 진행된 '현대 리유니온' 이후 두 번째이자, 국내에서 처음으로 진행되는 현대자동차의 헤리티지 프로젝트다.

이번 전시는 대한민국 첫 독자 개발 모델인 '포니'가 쌓아 올린 시간의 흔적을 따라가며 당시 시대적 배경, 디자인, 철학적 고민 등 다각도에서 헤리티지를 경험해 볼 수 있도록 마련됐다. 현대차는 전시를 통해 정주영 선대회장부터 이어져 오는 사람 중심의 혁신과 이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 비전 '인류를 위한 진보'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볼 방침이다.

정의선 회장 "과거 여정서 존재의 답 찾을것"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7일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열린 ‘포니의 시간’ 오프닝 행사에서 오늘날 현대차그룹을 있게 한 선대 회장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이날 행사 시작과 함께 연단에 오른 정 회장은 약간 상기된 얼굴로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된 이유를 담담하게 소개했다.

정 회장은 “챗 GPT 등 인공지능(AI)이 화두가 되고 로보틱스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뉴스를 매일 접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존재 이유와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됐다”며 “답을 찾기 위해 현대차는 지난 몇 년간 우리의 과거 여정을 살펴보고 무엇이 오늘날의 현대차를 만들었는지 돌이켜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포니의 시간’ 전시회가 열리는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는 1990년 단종된 포니 모델이 33년 만에 복원돼 실차 그대로 전시돼 있다. 서민우기자


‘포니의 시간’ 전시회가 열리는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는 1990년 단종된 포니 모델이 33년 만에 복원돼 실차 그대로 전시돼 있다. 서민우기자


정 회장은 할아버지인 정주영 선대 회장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그의 업적을 기렸다.

정 회장은 “도로를 인체의 혈관에, 자동차는 그 혈관을 돌아다니는 혈액에 비유하던 할아버지의 말씀이 아직도 기억 난다”며 “모빌리티와 관련된 선대 회장의 업적은 더 잘사는 국가를 만들고, 국민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데 기여하겠다는 따뜻한 마음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포니 정’으로 불리며 현대차의 전성기를 일군 정세영 회장, 품질 경영으로 그룹을 한 단계 도약시킨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않았다.

정 회장은 "할아버지인 정주영 선대 회장은 한국 전쟁으로 폐허가 된 대한민국 국토에 도로를 재건했고, 정세영 전 회장은 그 도로 위를 달리는 국산 자동차를 만들어 자동차 산업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고 말했다. 이어 “정몽구 명예회장은 기술 독립과 풀라인업 완성을 통해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브랜드로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게 했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선대 회장의 혁신과 인본주의 철학을 발판 삼아 미래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포니라는 독자 모델을 개발하면서 축적된 정신적, 경험적 자산은 오늘날의 현대차를 만들었다"면서 “앞으로도 선대 회장의 인본주의 철학과 명예회장이 강조한 품질과 기본을 바탕으로 미래 모빌리티를 통해 사람을 향한 진보가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현대차의 발전이 곧 대한민국 기계공업 발전사”…과거 선배들의 노고 되새겨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7일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포니의 시간' 전시 오프닝 행사에서 포니를 개발하고 양산한 주역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이날 행사엔 김뇌명 전 해외사업본부장, 이수일 전 기술연구소장, 서창명 전 전무 등 과거 포니를 개발하고 양산한 주역들도 함께했다.

김 전 본부장은 한국에서 연 3000대의 자동차 밖에 생산하지 못했던 1970년대, 국내 자동차 수요 전망 보고서를 작성한 인물이다. 보고서를 들고 정부를 찾아가 고유 모델 개발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포니 생산에 필요한 차관도 이끌어냈다. 포니 프로젝트가 실제 가동될 수 있도록 한 숨은 주역이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건설 과정을 기록한 옛 건설일지. 서민우기자


이수일 전 연구소장은 포니 완성차 공장 설립 시 주단조 공장 설립과 생산 기술을 국내에 도입했다. 이어 국내 트랜스퍼 머신 개발을 통해 국내 공작기계 산업의 기틀을 다지는데 기여했다. 서창명 전 전무는 포니 완성차 공장 시설을 구축하고 생산 기술을 프로세스화 하는데 힘섰다. 포니 차체 1호가 생산되는 역사적인 현장에 있던 인물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이날 행사에서 이들의 이름과 역할을 상세히 설명하며 감사를 표했다. 장 사장은 “포니는 현대차 발전의 시작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기계공업 발전의 시작이기도 하다”며 “대한민국의 자동차 산업 발전에 기여하신 과거의 모든 선배님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건설 과정을 기록한 옛 건설일지. 서민우기자


기아도 헤리티지 검토…"삼륜차, 브리사 생각"


현대차의 ‘포니’에 이어 기아도 자사 헤리티지 강화에 박차를 가한다. 삼륜차와 브리사 등 과거 기아의 인기모델이 포니와 포니쿠페 콘셉트처럼 과거의 시간을 거슬러 복원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7일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열린 ‘포니의 시간’ 전시 오프닝 행사에서 ‘기아도 헤리티지를 찾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냐’는 질문에 “기아도 삼륜차·브리사 등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다만 정 회장은 “(구체적인 일정 등은) 준비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검토해 봐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아 브리사 S-1000 초기형 모델.


브리사는 기아산업(현 기아)이 1973년부터 1981년까지 생산한 모델로 2도어 픽업트럭과 4도어 소형 세단이 있다. 브리사는 스페인어로 ‘산들바람’을 뜻한다. 브리사는 기아가 만들어낸 최초의 후륜구동 승용차이자 소하리 공장의 첫 양산 차종이다. 현대 포니와 함께 한국 자동차사에 있어 기념비적인 모델로 꼽힌다.

기아의 전신인 기아산업이 생산한 삼륜차 ‘기아 마스타 T600’. 1972년 생산된 이 차량은 지난해 문화재청의 문화재로 정식 등록됐다. 사진 제공=문화재청


기아산업은 1962년 일본 동양공업(현 마쓰다)과 기술 제휴해 대한민국 최초의 삼륜 자동차인 K-360도 생산했다. K-360은 이후 ‘기아 마스타 T600’ 모델로 계승 발전돼 당시 롯데제과 대리점의 제품 운반용 차량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올 5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공개한 포니쿠페 콘셉트 복원 모델 외에 추가로 다른 현대차를 복원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다른 차종 복원 계획은) 일단 현재는 없고 포니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9일부터 ‘포니의 시간’ 개막…포니 탄생한 1970~80년대 추억 떠올라


현대차는 9일부터 8월 6일까지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포니의 시간’ 전시를 연다.

이번 전시는 대한민국 첫 독자 개발 모델인 '포니'가 쌓아 올린 시간의 흔적을 따라가며 당시 시대적 배경, 디자인, 철학적 고민 등 다각도에서 헤리티지를 경험해 볼 수 있도록 마련됐다. 전 층을 하나의 전시 공간으로 마련해 포니가 겹겹이 쌓아 올린 시간의 층위를 따라 내려오는 형태로 전시를 구성했다.

장재훈 사장은 “발간하는 ‘리트레이스 시리즈’는 창업주로부터 시작돼 지금으로 이어진 ‘사람을 위한’, 그리고 ‘대담한 도전을 통한 혁신’을 이뤄낸 우리들의 여정을 좇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장 5층엔 포니 탄생의 시대적 배경인 1970년대와 1980년대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잡지와 서적들이 전시돼 있다. 서민우기자


전시장 5층엔 포니 탄생의 시대적 배경인 1970년대와 1980년대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잡지와 서적들이 전시돼 있다. 서민우기자


5층에서 시작되는 전시의 첫 도입부에는 포니 탄생 당시 시대적 배경인 1970년대와 1980년대 수집된 수집품과 당시를 재해석한 영상, 음악, 회화 작품을 선보여 관람객이 당시 시대 상황을 생동감 있게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했다.

4층은 포니의 첫 탄생부터 전 세계로 수출을 시작할 당시의 다양한 사료들을 전시했다.

3층엔 지난달 현대 리유니온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모델을 국내에 최초로 선보인다.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디자인 회고 자료들도 함께 전시됐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밀라노에서 최초 공개한 포니 쿠페 콘셉트 차량을 비행기에 실어 이곳에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현대차는 포니 쿠페 콘셉트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고성능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 'N 비전 74'도 같은 공간에 전시해 그 의미를 더했다.

전시장 3층에선 지난 5월 이탈리아에서 50년만에 복원 모델이 공개돼 화제를 모은 ‘포니 쿠페 콘셉트’ 를 직접 만날 수 있다. 서민우기자


전시장 3층엔 지난 5월 이탈리아에서 50년만에 복원 모델이 공개돼 화제를 모은 ‘포니 쿠페 콘셉트’ 를 직접 만날 수 있다. 서민우기자


전시의 마지막인 2층은 많은 국민들의 추억 속에 함께 했던 포니의 다양한 순간을 담은 이미지와 사람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 정주영 선대회장의 인본주의 정신을 되짚어볼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현대차는 지난 여정을 체계적으로 기록한 출간물인 리트레이스도 전시했다. 그동안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포니의 개발과 관련된 사료를 충실히 담은 ‘리트레이스 컬렉션’과 마이카 시대를 연 포니를 통해 소유라는 주제를 다각도로 풀어낸 ‘리트레이스 매거진’ 등 두 가지 유형의 출판물로 구성됐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리트레이스 시리즈는 창업주로부터 시작돼 지금으로 이어진 '사람을 위한', 그리고 '대담한 도전을 통한 혁신'을 이뤄낸 우리들의 여정을 쫓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며 "이러한 역사는 현대자동차가 오늘을 살고, 내일을 향해 가는데 참고가 될 나침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니와 함께한 시간’ 사진 공모전도 진행




현대차는 이번 전시를 기념해 ‘포니와 함께한 시간’ 사진 공모전도 연다. 공모전 참여를 원하는 고객은 과거 포니와의 추억이 담긴 사진 또는 ‘포니의 시간’ 전시장을 방문해 찍은 사진 등 포니와 함께한 사진을 300자 이내의 간략한 설명과 함께 제출하면 된다.

접수기간은 7월 9일까지다. 공모전 접수처로 우편 또는 이메일을 통해 접수하거나 현대 모터스튜디오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응모하면 된다. 홈페이지 접수는 9일부터 가능하다.현대차는 제출 사진과 함께 사진과 관련한 사연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7월 15일 선정작을 발표한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자신의 첫 차였다고 고백한 ‘포니2’.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는 포니부터 포니2, 포니 왜건, 포니 쿠페 콘셉트 등 1970~1980년대 생산된 다양한 포니 모델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서민우기자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자신의 첫 차였다고 고백한 ‘포니2’.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는 포니부터 포니2, 포니 왜건, 포니 쿠페 콘셉트 등 1970~1980년대 생산된 다양한 포니 모델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서민우기자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행사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포니와 얽힌 추억을 소환하기도 했다.

장 사장은 “사실 내 첫 차가 83년도 포니2였다”며 “우스게 소리지만 세차를 목욕보다 더 많이 했다”고 웃어보였다. 그러면서 “사물에 사랑 '애'자가 붙는 것은 '애차'밖에 없다”며 “그만큼 그 차라는 게 그냥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희로애락을 느끼는 공간”이라고 덧붙였다.

장 사장은 “차라는 공간을 통해서 과거와 미래가 연결되는 포니의 얘기를 드렸는데, 여러분들의 얘기가 사실 더 중요하다”며 시민들이 이번 사진 공모전에 적극 참여해주길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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