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제 펀더멘털의 가늠자인 경상수지가 한 달 만에 적자 전환했다. 상품수지가 7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섰으나 해외여행 증가, 외국인 배당 지급 등으로 다른 부문에서 더 많은 적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올해 누적 경상수지 적자가 50억 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한국은행은 적자 폭이 더 커지지 않아 비교적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4월 경상수지가 7억 9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고 9일 밝혔다. 올 1월(-42억 1000만 달러)과 2월(-5억 2000만 달러) 연속 적자에서 3월(1억 6000만 달러) 간신히 흑자로 돌아선 지 한 달 만에 다시 적자를 냈다.
통관 자료 변경으로 3월 흑자 규모도 당초 발표했던 2조 7000억 원보다 줄면서 1~4월 누적 경상수지는 53억 7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상품수지는 5억 8000만 달러 흑자를 냈으나 서비스수지가 12억 1000만 달러 적자, 본원소득수지가 9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부장은 “4월 경상수지가 적자 전환했으나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가 점진적인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본원소득수지도 통상 4월마다 배당 지급으로 큰 폭의 적자를 내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나름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한은이 경상수지 적자 전환에도 선방했다고 판단한 것은 본원소득수지가 9000만 달러 적자에 그쳤기 때문이다. 본원소득수지는 외국인 배당 지급이 집중되는 매년 4월마다 30억~50억 달러 규모의 적자를 내왔다. 이달 적자 규모인 9000만 달러는 직전 8개 연도 4월 평균 적자인 36억 9000만 달러 대비 2.4% 수준에 그친다.
올해 적자 규모가 줄어든 것은 정부의 세제 혜택으로 국내 기업들이 해외 배당금 유입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4월 누적 본원소득수지 흑자는 132억 2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14억 5000만 달러) 대비 9배 증가해 경상수지 적자 폭을 줄이는 일등 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상품수지도 모처럼 5억 8000만 달러 흑자를 내면서 7개월 만에 적자를 탈피했다.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6.8% 감소한 419억 1000만 달러, 수입이 13.2% 줄어든 485억 3000만 달러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다만 수출은 8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반도체(-40.5%), 석유제품(-27.4%) 등 주력 품목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지역별로 살펴봐도 유럽연합(EU)만 9.9% 늘었을 뿐 미국(-4.4%), 일본(-21.1%), 중국(-26.5%), 동남아(-29.1%) 등 주요 지역 대부분에서 수출이 줄고 있다.
문제는 12개월 연속 적자를 내고 있는 서비스수지다. 4월 서비스수지는 12억 1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운송수지가 3000만 달러 흑자에 그친 가운데 가공 서비스(-5억 4000만 달러) 등에서 적자가 발생했다. 특히 해외여행 증가로 여행수지가 5억 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4월 출국자 수가 149만 7000명으로 전월 대비 2만 5000명 늘어난 반면 입국자 수는 88만 9000명으로 8만 8000명이나 증가하면서 여행수지 적자 폭이 줄었다고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5~6월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 여행수지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은은 5월 이후 경상수지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5월 이후 다시 배당금 유입이 나타나면서 본원소득수지가 흑자 전환하고, 반도체 수출 물량이 점차 회복하는 만큼 상품수지 역시 회복세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 조사국이 전망한 상반기 경상수지 적자 16억 달러를 달성하려면 남은 5~6월 37억 7000만 달러 흑자가 발생돼야 한다. 이 부장은 “경상수지는 5~6월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개선세가 확대될 것”이라며 “하반기 들어 본격적으로 회복되면서 흑자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