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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큰다’던 미국판 다이소들…이번엔 왜 이러나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

미국 워싱턴의 한 달러트리 매장. 로이터연합뉴스.




소매업에는 경기가 부진할 때에는 달러스토어(dollar store·저가제품 판매업체)들이 잘된다는 격언이 있다. 하지만 이번 경기 둔화에는 그렇지 않다. (주: 달러스토어는 천원샵과 비슷한 의미로 저가 판매 업체들이 대체로 달러제네럴, 달러트리 등 달러라는 표현을 쓴 명칭을 쓰는데서 유래된 표현이다.)

최근 홈디포부터 타겟, 코스트코에 이르기까지 소매업계 임원들은 소비자들이 쇼핑을 꺼리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소비자 신뢰지수는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미국인의 약 절반은 생활비 절감을 위해 이용 상품을 더 저렴한 브랜드로 바꾸고 있다고 답했다. 일반적으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달러 트리, 달러 제네럴, 파이브 벨로우는 이러한 환경에서 핵심 고객층을 강화하고 더 낮은 가격을 찾고 있는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있어야 한다. 현실은 다르다. 달러스토어들은 어려운 한 해를 예상하며 수익 전망을 낮췄다. 달러스토어가 불황의 가늠자라면 경제는 불황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아니면 소비자들이 아예 돈이 없거나.

역사적으로 달러스토어는 경기가 좋지 않을 때 호황을 누렸다. 달러 트리의 주가는 금융 위기 때 급등했다. 2009년 실업률이 10%에 육박할 때 달러트리의 동일 매장 매출은 7% 이상 증가했다. 대불황은 고객들이 한 푼이라도 아낄 수 있는 곳에 지갑을 열었다는 의미였다.

이번 경기 둔화에서 소비자들은 일자리 때문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자신감을 잃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주 발표된 5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5.2%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물가 목표치인 2%를 두 배 이상 상회하는 수준이다. 월마트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존 데이비드 레이니는 지난달 최근 2년간 식품 인플레이션이 20%를 넘었다고 말했다. 이는 곧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고통이 저소득층 가구에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다. 저소득층의 임금 상승률은 물가 상승폭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달러제네럴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오웬은 최근 이같은 고객들이 점점 더 푸드뱅크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소득으로 소비를 감당하기보다는 기존 저축이나 신용 카드를 이용하는 상황이라고 전했으며 가까운 미래에도 이같은 상황에 따른 실적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달러 스토어가 식료품으로 확장하면서 생필품에 집중하는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되고 있지만 장난감이나 파티 장식과 같은 고수익 상품에서 벗어나면서 마진은 약화되고 있다. 달러제네럴의 경우 남부 지역과 인구 2만 명 미만의 도시에 매장이 많기 때문에 더욱 불리한 상황이다.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지속적인 빈곤층 중 절반 이상이 남부에 거주하고 있다. 반면 부유층이 집중된 대도시에는 달러제네럴의 매장이 많지 않다. 이 회사는 현재 재고 및 공급망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인 반사 효과는 어디로 갔을까. 소득 수준이 더 높은 고객들도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지만 이들은 인플레이션 충격을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더 크다. 이들의 경우 팬데믹 기간 동안 쌓은 초과저축액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초과 저축은 현재 5000억 달러 수준이다. 아울러 고용 시장은 견고하기 때문에 이들은 지속적인 소득을 바탕으로 여행이나 외식에 돈을 쓰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고집스럽게 이어지는 이유다.



이에 따라 과거 경기가 가라앉던 때와는 달리 달러 제네럴이나 파이브빌로우는 씀씀이를 줄이면서 찾아오는 고객들이 많지 않다고 말한다. 달러트리에는 연소득 8만달러대의 고객들이 많지만 이들은 대부분 이익률이 낮은 소모품을 구매할 뿐, 실제 생활비 절감은 월마트나 타겟과 같은 저렴한 매장 제품을 구매하는 방법으로 하고 있을 수 있다.

투자자들은 이에 주목하고 있다. 달러제네럴의 주가는 올들어 지금까지 38% 떨어졌고, 달러 트리는 6% 가까이 하락했다. 파이브빌로우는 5% 가량 상승했지만, 올해 고점 대비로는 낮다. 할인점 체인인 TJX와 로스스토어를 포함하면 불황의 반사이익을 노리는 그룹은 동일가중 S&P 500 지수에서 점점 떨어져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달러스토어의 어려움은 팬데믹 이후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또다른 사례다. 물론 이는 중산층과 고소득층 소비자에 힘입어 경기 침체를 벗어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의미는 여전하다. 모두가 걱정해야 할 부분이다.

저자-레티시아 미란다

레티시아 미란다는 소비재와 소매업을 다루는 블룸버그 오피니언의 컬럼니스트다. NBC뉴스 산업기자와 버즈피드뉴스 소매 담당기자를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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