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 일본에 파견했던 외교사절인 조선통신사가 탄 배를 재현한 선박이 올해 8월 대한해협을 처음으로 건넌다.
18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전날 일본 쓰시마(대마도) 시청에서 부산문화재단·쓰시마시·이즈하라항축제진흥회와 함께 이즈하라항 축제 참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쓰시마 이즈하라항 축제는 1964년에 시작해 약 60년의 역사를 가진 문화 행사다. 축제에서는 1980년부터 조선통신사 행렬을 재현해왔는데 8월 5∼6일 열리는 올해 행사에서는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재현한 조선통신사선이 직접 참가할 예정이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1607년부터 1811년까지 200여 년간 열두 차례에 걸쳐 매회 사신행차를 위해 운항해온 ‘조선통신사선’을 2015년부터 4년에 걸쳐 실물 크기로 재현했다. 이렇게 제작된 조선통신사선 재현선은 2019년부터 조선통신사 축제에서 활용돼왔다.
재현선이 대한해협을 건너는 것은 2018년 배 제작을 완성한 뒤 처음이다. 연구소와 재단·쓰시마시 등은 앞서 2019년 축제 참여를 추진했으나 성사되지는 못했다.
연구소와 각 기관은 이날 협약식에서 1811년 제12차 사행 이후 212년 만에 조선통신사선이 대한해협을 건너는 순간을 기념하며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네 기관은 축제 참가를 위한 쓰시마 입출항 허가 및 협조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돕고 향후 조선통신사 재현선을 활용한 한일 문화 교류에도 힘쓸 계획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조선통신사 사행 기준으로는 열세 번째 항해”라며 “성실과 믿음으로 서로 교류한다는 ‘성신교린(誠信交隣)’ 뜻을 통해 양국 관계 개선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10여 명이 조선통신사선을 타고 항해할 예정”이라며 “향후 통신사 행렬의 여정을 따라 시모노세키·오사카 등으로 항해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조선통신사선 재현선은 1607년부터 1811년까지 열두 차례에 걸쳐 운항하며 조선시대 한일 교류 상징이었던 선박을 재현한 것이다. 재현선은 사신의 우두머리인 정사(正使)가 탑승한 ‘정사기선’을 재현 대상으로 삼았다. 규모는 149톤이며 길이 34.5m, 너비 9.3, 높이 5m에 이른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재현된 조선통신사선을 해양 문화 유적지를 답사하는 ‘선상박물관 문화기행’ 등 체험형 문화유산 프로그램에 적극 활용해오고 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와 부산문화재단은 지난달 초 부산 용두산공원과 부산항연안여객터미널 일원에서 ‘2023 조선통신사 축제’를 열기도 했다. 2003년에 시작한 조선통신사 축제는 전국에서 가장 큰 한일 시민 문화 교류 축제다. 올해 축제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 기원의 의미를 담은 ‘평화로(路)’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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