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으로 개발돼 기술 수출됐지만 상용화되지 못한채 계약이 해지된 이른바 ‘반환 신약’이 기사회생하고 있다. 당초 임상을 진행했던 질병에는 신약의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지만 새로운 질병에 효과를 보이면서 다시 주목 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한미약품(128940)이 임상 결과를 발표한 ‘포셀티닙’이 대표적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기술 반환이 곧 신약 개발 실패라는 인식이 바뀌는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반환 신약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기술 수출 여부가 신약 개발 성공의 척도로 평가됐다. 기술 수출 이후 신약 개발 단계에 따라 기술사용료(마일스톤)가 지급됨에도 기술 수출 성사 자체에만 주목했다. 의약품은 여러가지 질병에 효과가 있을 수 있음에도 기술이 반환되면 개발에 실패한 약물로 규정됐던 게 사실이다. 업계는 최근 한미약품의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포셀티닙의 사례를 통해 기술수출 여부로만 약물을 평가하는 분위기가 바뀔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국내 바이오벤처와 공동 개발한 포셀티닙이 ‘미만성거대 B세포 림프종(DLBCL·Diffuse Large B-Cell Lymphoma)’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임상 결과를 최근 국제 학회에서 공개했다. 포셀티닙은 한미약품이 2015년 5월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에 기술 수출한 브루톤 티로신 키나아제(BTK) 저해제다. 릴리는 류마티스 관절염을 적응증으로 한 임상 2상의 중간 분석 결과 유효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2019년 1월 개발을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한미약품에 기술 권리를 반환했다.
한미약품은 기술 권리를 돌려 받은 이후 포셀티닙의 또 다른 신약으로서 개발 가능성을 모색해왔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국내 바이오벤처인 지놈오피니언과 2021년 10월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임상을 진행한 결과 항암제로 개발 가능성을 확인했다. 한미약품은 반환 신약에 대한 후속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2019년 얀센이 반환했던 비만당뇨 치료제는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로 적응증을 변경해 2020년 MSD에 1조 원 대 기술 수출에 성공했다. 제약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술 수출이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반환 신약에 대해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이어가는 것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제약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신약 개발 성공 확률은 1%에 미치지 못한다. 그만큼 기술 반환 사례는 흔하다. 올릭스(226950)는 최근 비대흉터치료제인 ‘OLX101A’의 아시아 지역 기술 이전 계약을 해지했다. 회사 측은 비대흉터치료제에 대한 글로벌 기술 이전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SK바이오팜(326030)의 솔리암페톨 역시 우울증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기술 이전 이후 유효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계약이 해지됐다. 하지만 수면 장애 치료제로 기술 수출해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를 받는 성과를 올렸다. 동아에스티(170900)도 엘러간에서 기술 권리를 돌려받은 ‘에보글립틴’의 후속 개발을 적극 진행해 대동맥판막석회화증 등의 적응증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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