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6.9% 올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경영계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지급 능력을 고려해 올해와 같은 수준을 요구할 것이 유력하다. 양측의 요구안은 늘 협상을 위한 ‘기선 제압용 카드’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근로자·자영업자 같은 ‘을과 을’의 갈등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은 22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7차 전원회의 전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26.9% 인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상안은 시급으로 1만 2210원이다. 올해 4월 예고했던 24.7% 인상안보다 2.2%포인트 더 올렸다. 노동계는 ‘26.9% 인상안’의 근거로 물가 상승을 꼽았다. 가구별 생계비 부족과 우리 사회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약화된 데 따른 임금 불평등 심화도 인상안의 근거로 제시했다.
노동계가 이처럼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을 요구하는 것은 관행처럼 굳어졌다. 올해(적용 연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도 18.9%였다. 2020~2021년에는 10%대 후반대였지만 2019년에는 43.3%, 2018년에는 54.6%였다. 2016년에는 79.2%에 달했다. 최저임금위가 노사의 최초 요구안을 놓고 수정안을 반복 제출하는 방식으로 임금 인상 격차를 좁히면서 심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행은 경영계도 자유로울 수 없다. 경영계는 올해와 지난해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동결로 제시했는데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사실상 삭감이라는 지적 때문이다.
경영계는 노동계의 26.9% 인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물가 어려움은 사용자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이날 회의에서 “소상공인은 절규에 가까운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며 “인상안은 현실을 외면하고 (자영업자에게) 문을 닫으라는 말과 같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위 심의는 속도가 붙었다. 이날 회의에서 업종별 구분 적용 안건은 부결됐다. 내년도 최저임금도 올해처럼 동일하게 적용된다. 업종 구분을 원했던 경영계는 수준 심의에서 배수진을 칠 분위기다. 심의 외부 변수는 노정 관계 악화다. 노동계를 양분하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정부의 노동 개혁에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두고 노동계뿐 아니라 경영계도 연일 거리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최저임금위는 8월 5일 최저임금 고시일을 감안하면 다음 달 중순까지 심의를 마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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