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업구조를 대폭 개편하기로 했다. 제품 사업부와 제조 사업부를 분리하는 식의 ‘내부 파운드리’ 모델을 본격화하고 자체 생산하는 중앙처리장치(CPU) 등도 파운드리 수익으로 집계해 발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인텔은 대만 TSMC, 삼성전자(005930)와 함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빅3’로 올라서게 된다.
인텔은 21일(현지 시간)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를 대상으로 ‘내부(Internal) 파운드리’ 모델을 설명하는 웨비나(웹 세미나)를 열었다. 기존 일원화된 사업구조에서 반도체 설계(팹리스)와 파운드리로 사업을 분리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인텔은 내년 1분기부터 제품 그룹과 제조 그룹을 분리해 독립적인 조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CPU 등을 비롯한 자사 칩 생산 실적이 파운드리 매출로 잡히기 때문에 사업부 매출 산정 방식에도 변화가 생긴다.
인텔은 내부 파운드리 모델 적용 시 파운드리 매출이 연 2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본격적으로 외부 팹리스로부터 주문을 받기 시작하면 매출 추가 확대도 가능하다. 지난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연간 매출이 208억 달러(약 26조 9131억 원·옴디아 기준)라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를 추월할 가능성도 열려 있는 셈이다.
데이비드 진스너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수석 부사장)는 “2024년에는 내부 물량을 기준으로 200억 달러 이상의 제조 매출을 기록해 파운드리 2위 사업자가 될 것”이라며 “2030년에는 외부 수주 물량 기준으로도 2위 사업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설계 중심의 사업을 구축해왔던 인텔이 제조 방면에서도 존재감 확장의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한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입지를 빠르게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인텔로서는 파운드리 사업 재개 3년 만에 빅3 업체로 도약하며 쏠쏠한 마케팅 효과를 볼 수 있다. 사업적인 측면에선 설계와 제조를 동시에 한다는 점에서 발생하던 고객사의 기술 유출 우려를 덜 수 있다.
삼성전자도 유사한 전략으로 파운드리 사업을 키운 전례가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파운드리 사업팀을 떼어내 독립 시킨 후 자체 주문을 통해 매출 규모를 확대하고 기술력 강화를 통해 퀄컴과 엔비디아 등의 거대 고객사를 유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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