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한국기업 특허출원 증가율, 日서 2배 뛸때 中은 5분의 1 토막

■동맹 따라가는 특허

中 '자국기업 우선주의' 노골화

한국기업 특허등록 평균 4.5년

중국기업은 2.4년 밖에 안 걸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추세 맞춰

리스크 적은 美·유럽·日로 유턴


자동차 부품 사업을 하는 A 씨는 최근 중국 시장 진출 계획을 접었다. 중국특허청(CNIPA)에 핵심 기술을 특허출원했지만 4년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이기 때문이다. 특허등록이 하염없이 미뤄지면서 투자에 차질이 생긴 것은 물론 아예 등록이 안 될 수도 있다는 불확실성에 시달려야 했다. 결정적으로 한 중국 기업이 A 씨 회사가 출원한 특허를 도용해 제품을 출시했다.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던 그는 결국 중국 시장 진출 계획을 백지화하고 먼저 특허등록된 미국 시장에 주력하기로 했다.





한국의 주요 해외 특허출원 국가가 중국에서 미국·유럽·일본 등 ‘동맹국’들로 이동하고 있다. 미중 패권 다툼에 따른 사업 불확실성은 물론 기대에 못 미치는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 노골적인 자국 기업 우선주의 등으로 중국 내 사업이 어려움을 겪자 우리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 안전한 동맹국 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망 재조정 과정에서 가급적 ‘차이나 리스크’를 피하려는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전략 변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특허 분야 5대 선진국 협의체인 IP5(한국·미국·유럽·일본·중국)가 공동 발표한 ‘IP5 핵심 통계 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중국 특허출원 건수는 1만 8262건으로 전년 대비 3.2%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일본(20.4%, 7149건), 유럽(10.4%, 1만 367건), 미국(9.7%, 4만 814건)은 크게 늘었다.

특히 중국 특허출원 건수의 경우 미중 패권 다툼이 본격화하기 직전인 2019년에 전년 대비 15.5%나 급증한 점을 감안하면 증가율이 5분의 1토막 난 것이다. 일본·유럽·미국에서의 우리나라 특허출원은 같은 기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늘었다.



전문가들과 재계는 이런 변화에 대해 우호국을 공급망 구축 및 주요 시장으로 바라보는 글로벌 동향과 일치한다고 진단한다. 실제 한국무역협회의 ‘대(對)중국 수출 부진과 수출 시장 다변화 추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 수출 의존도는 2018년 26.8%에서 지난해 22.8%로 꾸준히 낮아졌다. 올 1분기에는 19.5%까지 내려갔다. 반면 지난해 대중 수출은 4.4% 줄었지만 중국을 뺀 시장으로의 수출은 9.6% 증가했다. 특히 올 1분기 미국 수입 시장 내 한국 상품의 점유율은 3.59%까지 상승해 1990년(3.7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인실 특허청장은 “해외에 특허출원을 한다는 것은 현지 국가에서 기술 보호를 받겠다는 뜻으로, 해당 국가에서 사업을 하겠다는 의미”라며 "특허출원 수치 변동은 국가 경제의 바로미터로 실제 경제 방향성과 놀라울 정도로 동일하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이어 “한국 기업들은 중국 시장의 가파른 성장성에 매력을 느껴 앞다퉈 현지에 진출했지만 최근 중국 시장의 매력이 떨어지자 국제 정세 등을 감안해 장기적으로 안전한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허 분야에서 중국 시장에 대한 매력이 낮아지는 가장 큰 이유는 극심한 자국 우선주의다. 중국은 미중 패권 다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강력한 자국 기업 우선주의 정책을 펴면서 외국 기업에 대한 장벽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 따르면 대중 수출 감소 품목 10개의 중국 특허출원 후 등록까지 걸리는 시간은 2013~2018년 평균 4.48년에서 미중 패권 경쟁이 전개된 2019~2022년 평균 4.53년으로 길어졌다. 반면 동일 품목에 대한 중국인의 특허출원 후 등록 소요 시간은 같은 기간 2.98년에서 2.40년으로 줄었다. 임소진 지식재산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정부의 특허 심사 정책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일종의 비관세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특히 중국인이 10대 품목의 특허를 출원한 경우 등록 소요 기간이 더 짧아진 것은 분명히 해당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의 특허등록 성공률도 낮아지고 있다. 한국 기업이 출원한 특허의 등록률은 미국 87%, 유럽 73.7%로 다른 IP5 국가 대비 가장 높은 등록률을 보였다. 일본에서는 75.6%로 2위였다. 중국은 특허등록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관계 기관 등에 따르면 최근 들어 이전보다 등록에 실패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국 특허 전문 변리사는 “특허를 출원하면 그 기술이 공개되는데 특허등록 기간이 오래 걸리고 등록률도 높지 않다는 점을 이용해 경쟁 중국 기업이 특허를 도용해서 먼저 사업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며 “특허는 속지주의로 해당 국가에서만 효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CNIPA에 등록되기 전까지는 속절없이 당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랜 시간이 걸려 등록이 된다 하더라도 기술 순환 주기가 빨라지면서 이미 기술적 가치가 사라지고 난 후인 경우도 많다”며 “한국 기업들의 중국 내 사업 환경이 갈수록 험난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