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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낭비' ISDS, 기업 경영까지 흔든다 [View&Insight]

◆韓, 투기자본 놀이터 전락 우려

론스타 이어 엘리엇 소송도 이겨

해외자본에만 유리…韓 기업 위축

경영 보호장치 없어 먹잇감될 수도

정부, 불복 절차 등 강력 대응해야

폴 싱어 엘리엇 매니지먼트 회장




우리나라가 국가·투자자 간 소송(ISDS)을 등에 업은 국제 투기 자본의 놀이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론스타에 이어 최근 엘리엇까지 모두 우리 정부를 상대로 사실상 승소 판결을 이끌어내 수천억 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국민 혈세로 내줄 위기에 처하면서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23일 “ISDS 제도 자체가 해외 자본들에만 극도로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인데 세금 낭비를 넘어 기업들의 정상적 경영까지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최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승소한 ISDS 사건에 대해 주무부처인 법무부가 취소소송을 통한 불복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영국 중재판정부는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제기한 ISDS 건에 대해 이달 20일 한국 정부가 5359만 달러(약 690억원)를 배상하고 여기에 법률 비용과 지연이자까지 더해 약 130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정한 바 있다. 법무부는 중재판정이 나온 지 사흘이 지난 이날 중재 결과에 대한 설명자료를 내놓기는 했지만 항소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정에 법리적 허점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ISDS는 ‘정부’가 외국인투자가에 차별적 조치를 행했을 때 이를 중재하는 제도인데 삼성물산 합병 건에서 실체적 조치를 취한 것은 정부가 아닌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정부 조치로 해석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기 때문에 애초에 중재판정을 요구할 수 없는 사건이라는 뜻이다.



더구나 특정 주주의 주주권 행사에 대해 다른 주주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상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가령 삼성전자 주주 A가 주총에서 어떤 안건에 찬성했다고 해서 여기에 반대하는 B 주주가 이 결과를 두고 향후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이번 기회에 ISDS 제도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ISDS는 본질적으로 선진국이 후진국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입을 경우 이를 신속히 구제하기 위해 만든 제도인데 이 같은 특성상 선진국에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제 전 세계 ISDS 현황을 보면 선진국 대 선진국 소송은 거의 드물고 선진국 기업 또는 펀드가 중진국 또는 후진국 정부를 대상으로 중재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까지 총 10건의 중재 요구가 제기됐고 누적 중재 요구 금액은 13조 원에 이른다. 노주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회 변호사는 “외교적 마찰 가능성이 적은 나라들과의 협정부터 ISDS를 삭제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ISDS 판정에 무기력하게 당하는 선례를 보일 경우 투기 자본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우리나라는 가뜩이나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보호장치가 전혀 존재하지 않아 경영권 공격에 취약하다. ISDS 패소의 부담으로 국민연금 등 연기금마저 소극적으로 돌아서면 결국 우리 기업이 벌처펀드의 공격에 그대로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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