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이 수능을 5개월 가량 앞두고 교육 개혁에 강력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사교육 없이 풀 수 없는 문제들이 수능에 출제되며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이 크며, 현행 교육 기조는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 골자다. 이와 함께 사교육 시장에 이른바 ‘일타강사’에도 수백억 원의 수익을 올리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라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학원비로 몇 백만원을 지출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주장과 “수능을 코 앞에 두고 수험생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지난 21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교육시장 공급자인 일부 강사들 연 수입이 100억 원, 200억 원 가는 것이 공정한 시장가격이라고 볼 수 없지 않나”라며 “초과이익을 취하는 것은 범죄이고 사회악”이라고 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도 라디오에서 “특정 일타 강사들이 1년에 수십억도 아니고 수백억을 버는 현재 구조, 현재의 교육 체계가 과연 정당하고 제대로 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부가 척결 대상으로 지목한 ‘사교육 카르텔’의 실체는 ‘학교 수업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즉 사교육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는 문항을 출제해 사교육 업체들의 배를 불리는 모종의 '결탁' 세력이 있느냐가 초점이지, 이들 강사를 겨냥하는 것은 다소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자꾸 사교육과 고소득자를 악마화하는 것, 갈라치기 하는 것은 옳은 것 같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인터넷 강의는 대한민국 사교육비를 엄청나게 낮춰준 것"이라며 "일타 강사를 비하하고 죄악시하는 것은 안 된다"고 했다.
논란의 대상이 된 일타 강사는 '1등 스타강사'를 줄인 말로 각 과목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하는 강사를 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가스터디의 현우진 강사(수학), 조정식 강사(영어), 대성 마이맥 이명학 강사(영어), 이투스 이지영 강사(사회탐구) 등이 대표적이다. 2000년 초반 인터넷망이 확산하면서 수험생 시장은 지역 오프라인이 아닌 전국구 온라인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유명 강사들은 그 지역의 마감 강사가 아닌 인터넷 상에서 전국 1위를 기록하는 일타 강사로 바뀌게 됐다. 인터넷에서는 과목별 1등 강사를 바로 확인할 수 있었고, 이들의 몸값과 영향력은 이전의 오프라인 시장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올랐다.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관련업계 주가가 출렁이기도 한다. 지난해 현우진 강사가 은퇴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자 메가스터디 주가가 폭락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심한 경쟁 탓에 일타 강사들은 콘텐츠 개발과 강의 준비로 큰 스트레스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타 강사도 3∼4년을 주기로 교체되기 때문에 수험생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번 '사교육 카르텔' 겨냥이 일타 강사들에 대한 비난으로 엮여지는 것에 대해 억울하다는 반응도 흘러나온다. 인터넷 강의 자체가 강의료 단가는 비싸지 않아도 수강생이 수십만명 단위여서 고수익을 벌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수험생들 사이에서도 오히려 이들 일타 강사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 강의를 제공하기 때문에, '대치동 학원에 다니지 못하는 지방 학생들도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도 관련 논쟁은 지속되고 있다. A씨는 “한 달에 수백만 원의 학원비를 지출하는 국가는 아마 한국이 유일할 것”이라며 “사교육비 부담이 이정도로 큰 것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B씨는 “공교육에 입각해 학습한 학생이 수능을 풀수있어야 하는 것은 상식적인 얘기”라고 했다. 반면 C씨는 “수능이 쉽게 출제된다면 수험생들만 피해를 볼 것”이라며 “수능은 고난이도 문항을 통해 변별력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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