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 7일 보석으로 석방된 뒤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출석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이날 재판을 찾아 박 구청장의 사퇴를 거듭 촉구하며 거세게 항의해 재판장은 유가족들의 흐느낌과 고성으로 가득 찼다.
26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허위공문서작성·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용산구 관계자들에 대한 재판을 진행했다. 박 구청장은 지난 7일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출석했다.
흰 소복을 입은 이태원 유가족들은 법원에 도착한 박 구청장을 향해 “사퇴하라”며 소리쳤다. 유가족들의 항의는 법정에 판사가 입장해 재판이 시작되기 전까지 이어졌다. 유가족들은 박 구청장을 향해 “159명을 살인했어” “사퇴하고 우리 애들 앞에 사죄해”라며 항의했다. 이태원 유가족들은 지난 9일부터 용산구청 앞에서 소복을 입고 농성을 벌이며 박 구청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재판에는 김 모 용산구청 행정지원과장이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씨는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을 당시 용산구청에서 행정지원과장으로 근무했다.
재판부는 “핼러윈 데이 당시 재난안전상황실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는 부분을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쟁점 중 하나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배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과 국가적인 재난 관리 시스템 이런 것들이 언급돼 있고 그에 대한 지도나 배치 등이 미흡했다는 게 과실의 하나로 나와있는데 저도 이 부분이 상당히 중요한 내용이라고 보고 있다”며 “정말 용산구가 할 수 있는데도 못했다고 보고 있는지 변호인이 인식 하시고 향후 의견서를 내거나 고려해야 하는 내용”이라고 짚었다.
이어 재판부는 “물리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재판 진행을 최대한 빨리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 측은 다음 기일에 출석할 증인으로 택시기사 신 모 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다음 재판은 7월 17일 오전 10시에 진행된다.
재판 방청석에 앉아있던 유가족들은 재판이 끝나고 법정에서 나가는 박 구청장을 따라가며 항의했다. 유가족들은 “판사님 이 사건을 중요하게 대해주세요. 보석이 웬 말입니까. 보석으로 출석시킬 정도의 가벼운 일입니까”라고 외쳤다.
박 구청장은 이태원참사 당일 재난대응에 필요한 긴급지시 등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현장 도착시간과 재난 대응 내용 등을 허위로 기재한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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