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문 애널리스트 A 씨가 ‘매수’ 의견 리포트를 내기 전 해당 주식을 사들여 약 5억 원의 부당 이득을 본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A 씨는 지난 10년 동안 증권사 세 곳을 거치며 ‘베스트 애널리스트’라는 평가까지 받은 인물이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은 23일 A 씨를 자본시장법상 부정 거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사건은 금감원 조사 부서가 최초 발굴해 증권선물위원회 패스트트랙(긴급 조치)으로 서울남부지검에 통보했다. 이후 금감원 특사경이 검찰 지휘를 받아 수사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A 씨는 매수 의견이 담긴 보고서를 배포하기 전 지인의 차명 계좌로 해당 주식을 먼저 매수했다. 보고서를 공개한 후 주가가 오르면 미리 사둔 주식을 팔아 수차례 시세 차익을 챙겼다. 금감원 관계자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동안 22개 종목에 대해 총 67차례 부정 거래를 저질러 총 5억 2000만 원의 시세 차익을 거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A 씨는 IBK투자증권·이베스트투자증권을 거쳐 2월 말까지 DB금융투자에서 근무했다. 그는 이베스트투자증권에 근무하던 2018년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일부 언론사가 선정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뽑히기도 했다. A 씨는 금감원 특사경이 2월 27일 그가 근무했던 증권사 3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하자 곧장 사표를 내고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최근 잇단 주가 조작 사건에 이어 애널리스트의 불공정거래 사건까지 부각되면서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이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으로 애널리스트들이 추천하는 종목을 투자자들이 믿고 살 수 있겠느냐는 걱정이었다. 특사경은 이전에도 이와 같은 사건 2건을 남부지검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전직 하나증권 애널리스트와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21년 각각 징역 3년형, 징역 1년 5개월형을 확정받았다.
업계에서는 A 씨가 근무했던 증권사들의 내부 통제 책임론도 불거질 것으로 전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사 절차가 종료된 후 유관 부서와 협력해 증권사 내부 통제가 개선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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