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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진짜 킬러와 카르텔

신중섭 사회부 기자

신중섭 사회부 기자




1990년대 대한민국. 서울 D지역을 중심으로 특정 조직이 몸집을 키우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이들을 주민의 고혈을 짜내는 악덕 집단으로 바라봤지만 사업은 번창한다. 급기야 사람들은 거액을 주고라도 이들의 근거지에 살겠다며 줄을 서기 시작했다. 2000년대부터는 인터넷을 통해 질 좋은 보급형 저가 상품을 전국에 유통한다. 큰 돈이 없던 이들도 환호했다. 이후 비슷한 조직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조직원들은 잭팟을 터뜨렸다. 하지만 산업이 위기에 처하자 정부 기관과 유착 관계를 형성한다. 조직들은 정부 비호 아래 ‘킬러’까지 고용해 사업의 걸림돌을 제거해 나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새 정권은 이를 카르텔로 보고 전쟁을 선포하는데…

누아르 영화의 소개글이 아니다. 최근 교육계를 뒤흔들고 있는 두 단어 ‘킬러’와 ‘카르텔’을 활용해 만든 가상의 이야기다. 두 단어를 언급한 정부가 엄정 대처를 선언한 것을 보면 마냥 가상의 이야기에만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킬러 문항’은 실재한다.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많지만 어쨌거나 질 좋은 사교육을 많이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갖춘 학생일 수록 풀기 유리한 문항이다. 실력과 별개로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입시 결과가 달라지게 하는 요인이 분명하다. 어디선가 본 듯 하다. 4년 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조민씨의 입시 문제에서 촉발된 ‘수시 공정성’ 문제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문제 의식의 출발점은 결국 같다.

그래서인지 교육계에서도 정책 방향성에는 공감한다. 다소 과격해 보이긴 해도 사회를 좀먹는 병폐가 있다면 단호하게 뿌리 뽑아야 한다는게 중론이다. 다만 시점이 아쉽다. 수능이 불과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수험생들에게 영향을 미칠 게 분명했다. 이 바닥에서 오랜 세월 생존해온 입시업체들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뻔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대책은 불공정 입시와 사교육 부담에 대한 ‘대증 요법’일 뿐이다. 모든 이가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야만 하는 사회문화적 요인이 존재하는 한 풍선효과는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대입 제도뿐 아니라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정교한 교육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학부모와 청소년을 사지로 내모는 진짜 ‘킬러’와 ‘카르텔’ 척결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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