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정인교 칼럼]우리 기업 처벌 위협하는 中 반간첩법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국가안전기관에 포괄적인 권한 위임

일상 업무 자의적 불법 규정 가능성

사소한 위반 행위 처벌 근거도 마련

주의 당부해 시범사례 안걸리게 해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는 국가 안보 수호 및 반간첩 업무 수행을 위해 2014년 ‘반간첩법’을 제정한 데 이어 올 4월 같은 법을 개정해 7월 시행했다. 개정된 반간첩법은 중국 내 우리 국민의 생활, 방문객 활동, 재중국 기업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발효 중인 중국의 반간첩법에 따르면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중국에서의 외국인 비즈니스나 학자들의 연구가 위법한 활동이 될 수 있다.

세계화 시대에는 국가 간 인적 교류와 정보 공유를 권장했지만 미중 갈등 및 신냉전 시대에는 개인을 통해 민감한 정보가 교류되는 것을 방지하는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최근 미국은 수출 통제 규정을 강화해 특정 과학기술 분야에 관여된 자국민이 중국 등 우려 국가 국민을 만나거나 해당 국가에서 활동하는 것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중국은 반간첩법 개정을 통해 사소한 위반을 이유로 자국민은 물론이고 외국인의 활동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기존 반간첩법은 원래 국가 기밀 누설 등 중국 국민의 간첩 행위를 적발하고 처벌해 국가 안보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개정 반간첩법은 중국 국민의 간첩 행위에 연루될 수 있는 외국인의 조사나 압수 등을 조사 기관의 재량으로 허용하고 처벌 범위를 확대해 우리 국민의 인권침해 및 기업 피해 가능성이 커졌다.

어느 국가나 이적 행위 혹은 간첩 행위를 처벌하고 있지만 불법행위의 정의나 압수·체포 등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해 인권침해 소지를 최소화한다. 하지만 중국의 개정 반간첩법은 국가 안보 제일주의하에 국가 안전 기관에 포괄적인 권한을 위임하고 있다.

개정 반간첩법은 국가 안전 기관에 간첩 행위 혐의자에 대한 조사 권한을 확대하고 혐의자의 신체·문서·기기 등에 대한 조사와 재산 정보 조회 권한을 부여했다. 반간첩 조사에 대한 지원·협조 의무도 신설했다. 조사 기관의 증거 수집 때 사실대로 제공해야 하며 당국에 대한 물류·통신·인터넷 서비스 업체의 지원·협조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데이터 수집에 협조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있게 규정했다. 간첩 행위에 대한 처벌 조치도 강화했다.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 간첩 행위에도 경고, 행정 구류, 과태료 등의 처분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러한 행위에 연루된 외국인에 대해 출입국상의 불이익을 부과하는 내용도 넣었다.



개정 반간첩법에서는 간첩 행위의 정의 및 적용 범위가 일상적인 업무까지 포함된다. 간첩 행위 판단 기준으로 추가된 ‘국가 안전과 이익’에 대한 개념을 모호하고 포괄적으로 서술해 일상적인 정보 수집이나 연구 활동도 수사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불법행위로 규정할 수 있게 했다.

또 ‘의탁(投?) 행위’, 즉 ‘빌붙는 행위’를 간첩 행위에 추가해 ‘직접 가담’하지 않더라도 간첩 행위에 ‘협력’하는 행위도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더구나 북한 관련 인터뷰와 정보 수집 등의 활동을 제3국을 겨냥한 불법행위로 새로 규정해 우리나라 연구자·언론인 등의 연구·취재 활동도 반간첩법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중국에서 시장조사를 전문으로 하는 외국 컨설팅 업체의 압수 수색, 중국 공무원과 면담하던 외교관 연행 등 중국 당국의 반간첩 행위 조사가 강화되고 있다. 앞으로 개정 반간첩법 시행으로 중국 당국의 조사 활동이 늘어날 것이다.

외교부를 중심으로 한 우리 당국은 중국을 방문하거나 현지에 있는 우리 국민 및 관련 업체를 대상으로 반간첩법의 내용을 상세하게 공지하고 주의를 당부해 개정 반간첩법 시행 초기 시범 사례에 걸려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소속 직원이 이러한 내용을 숙지하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항공편 증설, 중국행 여행 수요 확대, 관광비자 발급 정상화 등으로 우리 국민의 중국 방문은 점차 확대될 것이다. 개인 차원의 호기심에서 우연히 특정 사안에 대해 문의하거나 발언하는 것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외국에 도착한 우리 국민들에게 문자로 현지의 위험 사항을 알리는 것과 같이 중국에 도착한 국민에게도 반간첩죄 관련 위험 활동으로 오해받지 않도록 주의시켜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