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가 필요한 마약 중독자가 급증했으나 치료 전문병원 지정 병상 수는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범죄가 발생하는 원인이 중독이다. 하지만, 실제 지정 병상 수가 충분치 못해 마약 중독 치료가 제때 이뤄지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지난해 마약사범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이미 ‘대한민국이 더 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어 수사와 처벌 등 강화와 동시에 중독 치료에 대한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검찰청이 발간한 ‘2022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치료보호 인원은 421명으로 2021년(280명)보다 50.4% 급증했다. ‘치료보호’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마약류관리법) 40조에 따라 마약류 중독자에게 이뤄진다. 마약류관리법과 대통령령인 ‘마약류중독자 치료보호규정’에는 마약류 중독자로 판명된 사람의 △의존성 극복 △개발 예방 △사회 복귀를 위해 최대 12개월까지 중독 치유 등 입원 치료(외래 통원 치료 포함)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보건복지부 장관과 시·도지사가 중독 여부 판별하거나 치료보호하기 위한 치료보호기관을 설치·운영하거나 지정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마약 중독자에 대한 치료 근거를 명시하고 시행하는 등 장치를 갖추고 있으나 현실은 다소 다르다. 전국 21개 전문 치료병원 내 확보된 병상 수는 314개로 실제 치료보호 인원 수(421명)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약사건이 서울·인천·경기지역에서 집중 발생하고 있으나 실제 병상 수는 84개(서울 27개·인천 32개·경기 25개) 뿐이다. 이는 전체 병상 수의 30%가량에 해당한다.
문제는 국내 마약범죄가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일로에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마약사범은 1만8395명으로 지난 2018년(1만2613명)보다 45.8%나 급증했다. 마약류 사범은 2019년 1만6044명에서 2020년 1만8050명으로 증가했다. 이후 2021년 1만6153명으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급증했다. 지난해 전과가 1회 이상 있는 재범인원도 6436명으로 재범률도 35%에 이른다. 지난해 마약사범 가운데 30대 이하가 1만988명으로 전체의 59.8%에 이르는 등 나이대도 낮아졌다. 마약사범이 가장 많이 발생한 연령대는 20대로 5804명에 달했다. 이어 30대(4703명)·40대(2815명)·50대(1976명) 순이었다. 19세 이하 마약류 사범도 481명에 달했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보급과 이를 이용한 마약류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젊은 층의 마약류 범죄가 심각해졌다는 게 검찰의 분석이다. 마약에 손 대는 가장 큰 이유는 중독으로 5명 가운데 한 명(19.8%5%)이 마약 범죄 원인으로 지목했다. 호기심(12.5%)와 유혹(9.9%), 영리(8.9%) 등이 2~4위를 차지했다. 마약류 별로는 향정신성의약품 사범에서 유독 범죄 사유로 중독(23.8%)이 꼽혔다. 향정신성의약품으로 꼽히는 건 필로폰과 야바, 엑시터시(MDMA) 등이다. 20~30대 젊은 층에서 유독 향정사범이 두드러진다. 최근에는 용량 미달의 필야바 등 이른바 ‘짝퉁’ 마약까지 등장할 정도로 유통·투약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단속 현장의 목소리다. 저급의 마약까지 거래돼 투약되고 있다는 게 말 그대로 마약범죄가 일상화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어 단속 등 수사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는 중독자 치료를 위한 병상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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