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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적극적 이민정책으로 고소득 유지하는 유럽

오동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

저변 넓지 못한 한국여자배구팀

1세트도 못따내고 연이어 패배

인구 감소 비상 韓경제 보는듯

유럽 적극 이민정책 눈여겨봐야

오동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장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이 이달 초 막을 내린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3주 차 경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12전 전패로 마감했다. 16개 참가국 중 꼴찌다. 지금 여자 배구 대표팀은 세대 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4강의 주역들이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1승은커녕 한 세트도 얻지 못한 경기력은 짚어봐야 한다.

한국 배구의 가장 큰 문제는 저변이 얇다는 점이다. 현재 여자 배구팀은 초등학교 31개, 중학교 21개, 고등학교 18개, 프로 7개 팀이 있다. 고등학교도 선수 수급이 어려워 명맥만 유지하는 팀이 많다. 선수 부족은 결국 고비용 구조로 이어진다. 구단은 성적을 내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그러니 장기간 선수를 육성하기보다 고연봉의 스타 선수를 스카우트하는 데 집중한다. 그동안 외국인 선수가 그 아쉬움을 대신했다. 외국인 선수 한 명이 팀 전체 성적을 좌우할 만큼 의존도가 높아졌다. 스타 선수의 연봉은 치솟고 외국인 선수를 구하는 것도 어려워지자 프로 구단은 아시아 국가 선수를 지명하는 쿼터제를 도입했다. 고육지책이다.

한국 배구가 처한 상황은 우리 사회와 정확히 일치한다. 농촌이나 건축 현장은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멈춰 서야 한다. 중소기업도 청년 세대의 중소기업 취업 기피까지 더해져 사람 구하는 게 일상이 됐다. 요양병원은 간병인 구하기가 워낙 어려워 병원장보다 간병인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고 한다. 1인 간병은 하루치 간병비가 15만 원이고 한 달이면 450만 원이 넘는다.



인구 감소를 출산율 높이기로 접근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하다. 젊은 세대가 결혼을 기피하고 있고 출산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지 오래다. 그렇다면 결국 문호를 더 개방하는 게 답이 아닐까 싶다. 보육·간병·건설 현장은 물론 기술 개발 현장에 투입할 고기술 인력까지 한국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 지금 우리는 고학력·고소득자에게만 영구 체류 자격을 주고 있다. 연구개발(R&D)에 집중해야 하는 스타트업에 외국인은 얼씬하기도 어렵다. 우리 스타트업이 유독 국내 시장만 고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로벌 창업 대국이 되려면 이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인구 감소로 한국 경제는 이미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일 민족이라는 자부심부터 버려야 할 것이다. 일부는 이렇게 인구가 감소하다 적정 수준에서 멈추면 오히려 소득 수준이 높아져 출산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현실화하려면 경제 및 산업 구조 개편이라는 과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 저출산 상황에서 여전히 고소득 국가 지위를 유지하는 유럽의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눈여겨봐야 한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은 16강에 진출했다. 12년 만의 쾌거라 다들 기뻐했다. 아마도 월드컵에 출전한 32개국 중 오로지 자국 태생 선수만으로 팀을 구성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할 것이다. 유럽의 국가들은 타국 출생 선수와 함께 최고의 팀을 구성하고 세계 축구를 지배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 20세 이하 월드컵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쓰는 유럽과 성인 무대에서 겨룰 때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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