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말 코로나19 팬데믹 1년도 안 돼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이 나온 것은 항암 백신 노하우가 축적된 덕분입니다. 우리도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치료용 mRNA 항암 백신 타깃을 선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7월 수상자인 최정균(47·사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1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항암 백신 기술이 없었다면 코로나19 때 mRNA 백신을 조기에 개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KAIST 생명과학 박사인 그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원, 연세대 연구교수, 싱가포르 게놈연구소 책임연구원을 거쳤다.
백신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인체가 암세포가 만들어내는 무수한 돌연변이를 외부에서 들어오는 바이러스 같은 물체, 즉 항원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항원을 인위적으로 주입해 면역을 활성화하는 것처럼 돌연변이 유래 항원을 인위적으로 주입해 암 치료에 활용하는 것이다. 최 교수는 “최신 데이터와 AI 기술을 도입해 암 치료에 보다 효과적인 항원을 발굴할 수 있도록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AI 기술을 유전체 연구에 접목해 면역 항암 치료 반응성과 부작용 예측과 관련한 진단 기술을 개발해왔다. 최근에는 차세대 면역 항암 치료로 각광 받는 스마트 면역 세포 시스템도 개발했다. 종양학 분야에 AI를 접목해 암 진단과 치료 기술을 개발하고 실용화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최 교수가 처음 AI를 유전체 연구에 접목하게 된 계기는 알파고 개발자인 데미스 하사비스가 2016년 KAIST를 방문했을 때 들은 강연이었다. 그때부터 AI를 통해 중요한 암 돌연변이를 찾는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 KAIST에 있던 김권일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가 신생 항원을 AI로 찾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최 교수는 “항암 백신 개발 과정에서 AI로 환자 맞춤형 신생 항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미 혈액암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키메라항원수용체(CAR)-T 세포치료의 새로운 타깃(목표)을 찾는 도전적인 작업에도 저희 연구팀이 처음으로 AI를 적용했다”고 전했다.
최 교수는 기초 연구를 통해 축적한 연구 노하우를 상용화하기 위해 ㈜펜타메딕스를 공동 창업했다. 그는 “연구자로서 초기에는 기초 연구가 궁극적인 목표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이후 항암 백신의 상용화에 나섰고 스마트 면역 세포도 기회 닿는 대로 실용화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가설이 잘못됐거나 아이디어가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날 때도 있지만 여러 방향으로 시험해봐야 한다”며 “결국 확신과 끈기가 있어야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연구실 학생들은 물론 이세훈 삼성서울병원 교수, 박종은 KAIST 교수, 안희정 분당차병원 교수, 이혜옥 가톨릭의대 교수, 박숙련 서울아산병원 교수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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