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LG전자(066570)는 세 개의 목표를 대대적으로 선언했다. 세계 가전 1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진출, 그리고 전장(VS) 사업본부의 출범이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12일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였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LG전자는 그 약속을 지켜냈다”고 밝혔다. 과거 10년의 ‘선언’을 현실화한 LG전자는 새로운 10년을 그려낼 세 개의 담대한 도전을 새롭게 제시했다. 2030년까지 연평균 7% 성장하면서 영업이익률은 7% 이상, 기업가치는 7배 이상 달성이 그것이다.
‘7·7·7’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LG전자가 꺼내든 무기는 TV·가전 중심의 하드웨어 사업 비중을 줄이고 예측 가능성이 높으면서 성장 폭이 가파른 신사업 중심으로의 ‘포트폴리오 대전환’이다. 2030년까지 국내외에 50조 원을 투자해 기존 가전 분야에서는 콘텐츠 플랫폼으로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끌어들이고 전장·전기차 충전 등 고부가 분야에서는 축적된 기술력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에 따른 소비 침체로 LG전자의 기존 주력 사업인 가전과 TV의 글로벌 시장 성장세는 답보 상태다. TV 사업은 중국 경쟁사의 저가 공세로 지난해 분기 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세에 몰렸다. 이런 상황에서 탈(脫)탄소, 디지털 전환 등 전 세계 경영 환경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사업 체질을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 사장이 간담회에서 “지금까지 하던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무엇보다도 중요했던 것은 미래 지향적인 사업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 점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는 10년 전 경영 환경을 회고하면서 “‘가전은 LG’라는 명성을 자랑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결코 현재에 만족하고 머무르지는 않겠다”고 다짐했다.
조 사장이 제시한 3대 성장 축은 △비하드웨어(Non-HW) 사업 모델 혁신 △기업간거래(B2B) 성장 △신사업 발굴 등이다. 지난해 65조 원 규모였던 매출을 2030년 100조 원까지 끌어올리면서 이 가운데 ‘3대 축’의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핵심 목표다.
3대 축의 빠른 성장을 위해 전장 등을 비롯해 현재 안정 궤도에 올라탄 성장 사업에는 연구개발(R&D)과 생산 거점 확대 투자로 힘을 싣고 미래 먹거리 사업에 대해서는 인수합병(M&A)이나 합작회사(JV), 외부 협업 등 다방면으로 접근할 계획이다. 조 사장은 “B2B 사업, 특히 전기차 충전·전장·로봇 등에 상당한 투자금이 들어갈 것”이라며 “주력 사업인 가전(H&A)에서는 빌트인을 중심으로, R&D는 소프트웨어 강화에 투자가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별로는 전장 사업에서 2030년까지 매출을 두 배 늘려 매출 20조 원 규모, 글로벌 ‘톱10’ 업체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후발 주자의 한계를 벗어나 차세대 제품군을 육성할 계획도 밝혔다. 차량 전동화, 커넥티드 서비스 등 트렌드에 대응해 자율주행, SW 솔루션, 콘텐츠 등 미래 모빌리티로 사업 영역도 확장하기로 했다.
은석현 LG전자 VS사업본부장(부사장)은 “콘텐츠 경험을 차량에서 가능할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을 많은 완성차 업체(OEM)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정·상업용 냉난방공조(HVAC)와 전기차(EV) 충전 사업에서는 북미·유럽 등 주요 지역에 R&D부터 생산, 영업, 유지 보수로 이어지는 ‘현지 완결형 사업구조’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HVAC 사업 매출은 2배 이상, 전기차 충전 사업은 1조 원 규모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북미와 유럽은 각각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탈탄소화 규제의 영향으로 전기차와 HVAC의 선진 시장으로 떠올랐다. 95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글로벌 HVAC 시장 중 약 40%를 북미와 유럽이 차지하고 있다.
새롭게 발굴할 신사업으로는 디지털 헬스케어, 메타버스 등을 꼽았다.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북미이노베이션센터(NAIC)를 중심으로 전략적 투자를 이어가고 메타버스 부문에서는 글로벌 유력 플랫폼 기업과 혼합현실(MR)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조 사장은 “시장 트렌드 변곡점이 뚜렷해지는 시점에서 그동안 해왔던 방식과 속도로는 고객 경험을 혁신할 수 없다”며 “LG전자는 3대 영역을 중심으로 ‘퀀텀점프’를 이뤄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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