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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없었다' 오늘 의료노조 총파업…"급한 불 껐지만 정상화 기약 없어" 일선 병원들 '비상'

19년만에 총파업…전국 4만 5000여 명 참여

12일부터 전야제…13~14일 무기한 총파업 예고

막판 협상 반전 없어…"정부가 갈등 조장" 비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가 오는 13일부터 의료인력 확충과 감염병 전담병원 지원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 돌입을 예고한 가운데 1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 관련 팻말이 놓여있다. 이호재기자




민주노총 산별 노조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13일 총파업을 강행한다. 총파업 개시 5시간을 앞두고 극적 타결이 성사됐던 2021년 상황은 재현되기 않았다. 간호사, 방사선사 등 보건의료인력들이 전국에서 4만 5000여 명 참여를 예고하면서 일선 병원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총파업으로 인해 자칫 환자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과 더불어 현 사태를 초래한 근본 원인이 정부에 있다며 지지하는 입장도 나온다.

◇ ‘반전 없었다’ 19년만의 총파업…의료공백 현실화하나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아침 7시를 기점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오후 1시 30분부터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2023년 보건의료노조 산별 총파업대회'를 연다. 이번 파업 참여 인원은 전국 127개 지부 145개 사업장, 6만 5000여 명 규모다. 사립대병원지부 29개, 국립대병원지부 12개, 특수목적공공병원지부 12개, 대한적십자사지부 26개, 지방의료원지부 26개 등이 참여한다. 소위 '빅5'라 불리는 서울 대형병원들은 참여하지 않지만 경희대병원, 고려대안암병원, 고려대구로병원, 고려대안산병원, 이대목동병원, 이대서울병원, 한양대병원, 아주대병원, 한림대성심병원 등 20곳 안팎의 상급종합병원이 포함돼 사실상 현장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게 의료계 전언이다. 노조는 응급실과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 필수의료 인력은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선 병원들은 보건의료노조 조합원의 약 65%가 간호사인 만큼 조합원 및 파업 참여 비중이 높은 기관에서는 사실상 정상적인 외래진료와 검사, 입원, 수술 등이 진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 국립암센터, 파업 참여 인원 최소화 극적 합의…나머지 병원들 ‘비상’


일부 병원에서는 이미 수술, 진료 일정이 미뤄지거나 입원이 중단되고 기존 입원 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전원되는 등 의료공백이 현실화했다. 전체 직원의 3분의 1가량이 보건의료노조 조합원인 국립암센터는 파업이 예고된 13~14일 이틀치 수술을 전격 취소했지만 전일(12일) 노조와 논의 끝에 파업 참여 인원을 최소화하기로 합의했다. 혹시 모를 협상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수술 전 검사 등을 마친 상태였기에 상대적으로 시급성이 큰 수술과 외래진료 일부를 정상화할 예정이다.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피하기 어려워 대부분의 병원들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틀간 총파업을 진행한 이후에도 요구사항이 수용되지 않을지 무기한 총파업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양산부산대병원은 며칠 전부터 파업에 대비해 중증도가 높은 환자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을 퇴원시키거나 전원 조치하는 등 병동을 비웠다. 파업에 참여하는 나머지 병원들도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한 수도권 대학병원 관계자는 "당장은 수술이나 진료가 취소된 사례가 없지만 파업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기 때문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비응급에 해당하는 일부 환자는 입원 일정이 조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오는 13일 총파업 돌입을 예고한 가운데, 11일 경남 양산시 양산부산대병원 일반병동 입원 환자가 파업에 대비한 병원 측의 전원 요청에 따라 차량을 이용해 병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5 제도화 △적정인력 기준 마련 △의사 인력 확충 △공공의료 확충 △코로나19 전담병원 정상화를 위한 회복기 지원 △임금인상 10.7% 등 정당한 보상과 9.2 노정합의 이행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내세웠다. 어디까지나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착한 파업이며, 7가지 요구사항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면 파업을 재검토할 의향이 있다는 게 이들 단체의 입장이다. 이번에 보건의료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면 지난 2004년 의료민영화 저지·주5일제 관철을 주장하며 파업한 지 19년 만이 된다. 당시 파업 참여 인원은 1만 여명이었다. 이번에 쟁의조정 신청된 조합원 수는 그보다 6배가량 많다.

◇ 의협·병협 등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비판…"국민 생명 위협"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을 바라보는 여론은 싸늘하다. 국민 생명을 볼모로 파업에 나선다는 이유다. 대한의사협회를 필두로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방사선사협회,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등이 참여하는 14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의료종사자들이 현장에서 대거 이탈하게 된다면 이는 환자의 생명을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에 심히 염려된다"며 "국민의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며 의료대란의 불안을 가지게 만드는 총파업이 아닌 정부와의 충분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합리적으로 현안을 해결해 나가라"고 촉구했다.

14개 보건의료 관련 단체들로 구성된 14보건복지의료연대 관계자들이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앞에서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병원협회도 입장문을 통해 "필수의료인력이 유지된다 하더라도 일반병동이 정상 운영되지 못한다면 응급실, 중환자실 등의 기능도 제대로 발휘되지 못할 수 있다"며 "총파업 결의를 재고하고 개별 병원에서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노사협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보건의료노조가 요구하는 핵심 요구사항 중 의료인력 부족, 적정수가 보상 등은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하는 측면이 있어 단기 해결이 어렵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보건의료노조가 민주노총의 정치파업에 동참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 복지부, 갈등에 불만 붙여…보건의료노조 지지 목소리도


반면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적지만은 않다.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는 논평을 내고 "공공의료 강화라는 시대적 요구에 등을 돌리는 작금의 정부 정책 문제에 실망하는 대부분의 국민들은 당연히 정부 정책 문제점에 분연히 일어선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을 지지할 것"이라며 "정부는 보건의료부문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공공의료 실현 및 보건의료 적정인력 확보에 나서라"고 선언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참여연대,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이 참여하는 무상의료운동본부도 이날 성명에서 "보건의료노조의 요구는 필수의료가 붕괴하고 응급실 뺑뺑이 등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나는 보건의료체계의 현실을 되돌리기 위한 것"이라며 파업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가 오는 13일부터 의료인력 확충과 감염병 전담병원 지원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 돌입을 예고한 가운데 1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 관련 팻말이 놓여있다. 이호재기자


시민사회 뿐만은 아니다. 병원 내부 관계자들 중에서도 ‘오죽하면 파업에 나서겠느냐’는 목소리가 들린다. 보건의료노조가 내놓은 7가지 요구사항들을 들여다 보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5 제도화 등이 핵심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는 '입원병상 당 간호사 수 비율을 따져 의료기관을 1~7등급(상급종합은 6개 등급)으로 분류해 입원료를 차등 지급해달라는 요구사항이 담겼다. 현재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병상 1대 당 간호사 2명이면 1등급이 돼 가장 낮은 등급에 비해 환자 당 입원료를 68% 더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간호사 대 환자 비율이 1:10으로 2배 수준이다. 간호사 1명당 중증도와 관계없이 10명의 환자를 케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간호등급제 평가 기준을 병상에서 환자 수로 전환해야 간호사당 환자 수가 줄어들고, 실질적으로 간호사들의 부담이 낮아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이 같은 주장이 나온 것이다.

2년 전과 같은 극적 타결이 불발된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비판도 높다. 앞서 2021년에는 총파업을 5시간 남짓 앞두고 '9·2 노정합의'가 타결돼 실제 의료현장의 혼란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 총파업의 경우 양측 입장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0일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관련 대비책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2차 긴급상황점검 회의에서 “보건의료노조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외면한 채 민주노총의 정치파업에 동참해서는 안된다"며 "투쟁계획을 철회하고 의료현장에서 환자의 곁에 남아 달라”고 발언하며 분위기를 더욱 냉각시키기도 했다. 노조 측은 해당 발언이 나온 뒤 즉각 입장문을 내고 "정치파업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대화의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이야말로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편협한 정치적 태도"라고 날을 세웠다.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이 정치공방으로 치달으면서 갈등이 장기화할수록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안게 된다. 복지부는 박민수 제2 차관을 반장으로 상황 점검반을 구성하고 파업 참여 상급종합병원장과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여는 등 대응에 나섰다. 실제 입원 환자 전원 등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지역 내 의료기관과 협력해 환자 치료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노조를 향해 파업 계획을 철회하고 환자 곁을 지켜달라고 요청하면서도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보건의료종사자들이 환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총파업에 나서는 건 문제지만 근본 원인을 정부가 제공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며 “탁상행정에 일관하면서 합의는 커녕 오히려 갈등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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