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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커튼콜] "참 예뻐요, 내 맘 가져간 사람"…대학로에는 낭만이 있다






10만 원 넘는 돈을 내고 뮤지컬 공연장에 갔는데 앞 사람의 키가 너무 커 두 시간 넘게 고개만 기웃거리다 온 적이 있나요? 배우의 노래뿐 아니라 숨소리까지 여운이 남아 같은 돈을 내고 본 공연을 또 본 적은요? 그리고 이런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어 혼자만 간직하느라 답답한 적은 없나요? 세상의 모든 뮤덕(뮤지컬 덕후)의 마음을 대신 전하기 위해 뮤덕 기자가 나섰습니다. 뮤지컬 애호가를 위한 뮤지컬 칼럼, ‘어쩌다 커튼콜’과 함께하세요.


아르코예술극장. 사진 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오늘은 조금 엉뚱한 질문 하나를 던져볼까요? 수도권 지하철 4호선을 자주 타시는 분이 계신가요? 사당역에서부터 서울역과 충무로역까지, 4호선은 쏠쏠히 서울 안의 ‘핫플’을 누빌 수 있는 공간이지요. 그러니 직장이나 학교를 가기 위해 이용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4호선을 쭉 타고 오다 보면 도착하는 곳이 있는데요. 이름도 근사한, 혜화역입니다. 오늘 이야기할 대학로는 혜화역 일대를 뜻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혜화역 1번 출구를 자주 지나시는 분들은 어쩌면 연극과 뮤지컬을 좋아하는 ‘덕후’일지도 모르겠어요. “티켓 예매하셨어요?”라고 묻는 공연 관계자의 질문이 당황스럽지 않으시다면요. 또 복잡하게 흩어져 있는 공연장을 금세 척척 찾아낼 수 있으시다면, 대학로 맛집을 줄줄 꿰고 있어 가끔 친구에게 “맛집 아는 곳이 없느냐”는 질문을 듣는다면요! 그렇다면 오늘도 낭만의 산실, 대학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맛집 추천도 있습니다.

화려한 무대만이 중요해? 때론 가까운 게 소중한 법


대학로 소극장인 서경대 공연예술센터 스콘2관에서 이달 27일까지 열리는 뮤지컬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 사진 제공=쇼노트


지금까지 ‘어쩌다 커튼콜’에서 보여드렸던 뮤지컬은 대극장에서 열리는 공연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대극장 뮤지컬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죠. 비싼 티켓 값만큼 화려한 무대가 열리니까요. 대표적 대극장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는 3000여 명이 수용되고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는 2500여 명의 관객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 서울 초등학교의 평균 전교생 수는 660명이라고 하는데요. 단순하게 계산한다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초등학교 약 4.5개교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셈입니다. 웅장한 구조 탓에 가격대가 저렴한 티켓을 얻으면 배우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지만 그걸 감안할 만큼 뛰어난 몰입감을 자랑하지요. 무대장치도 스케일이 크고요.

그렇지만 한국 뮤지컬에서 소극장도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1000석 이상의 공연장을 대극장, 300~1000석가량의 공연장을 중극장, 300석 이하의 공연장을 소극장으로 분류합니다. 대학로는 소·중극장 위주로 이뤄져 활발한 창작 활동을 보이고 있는 예술의 공간이지요. 현재 대학로에는 130여 개의 소극장이 있습니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간한 ‘2023년 1분기 공연 시장 티켓 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공연된 전체 뮤지컬의 10.5%(71건)가 대학로에서 열린 것이라고 합니다.

대학로 소극장인 서경대 공연예술센터 스콘2관에서 다음 달 27일까지 열리는 뮤지컬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 사진 제공=쇼노트


소극장에서 뮤지컬 공연을 보신 분은 알 거예요. 객석과 무대가 닿을 듯 말 듯 가까운 거리에서 노래에 흠뻑 빠져드는 경험을요. 관객 수가 적은 대신 다함께 일체화가 된 것처럼 공연에 집중하게 되죠. 대학로에서 탄생한 만큼 조금 실험적으로 도전하는 부분도 있고요. 그렇지만 대극장 뮤지컬에 비해 조금 덜 유명할지라도 소극장 뮤지컬에는 내가 사랑하는 포인트, 나만이 스며드는 이야기가 분명히 있어요. 배우들의 숨결이 가까이 와닿는 만큼 더욱 뜨거운 에너지를 받아 무대에 압도당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죠.

대학로에는 소극장뿐만 아니라 중극장 공연도 열려요. 그것도 많은 관객을 동원하면서요. 올해 1분기 전체 공연 시장에서 티켓 판매액 9위를 기록한 것도 다름 아닌 뮤지컬 ‘이프덴’이었습니다. 성종완 연출의 작품이자 배우 정선아와 박혜나·유리아가 주인공을 맡았던 ‘이프덴’은 대학로에 위치한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렸습니다. 이곳의 좌석 수는 700여 석이죠. 순위권에 있는 뮤지컬이 ‘이프덴’ 외에는 모두 대극장 공연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프덴’이 엄청난 흥행을 거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대학로는 왜 지금의 대학로가 됐을까


가끔 대학로의 역사가 궁금해질 때는 없으신가요? 대학로라는 이름을 보면 대학이 즐비하다는 증거인 듯합니다. 지금도 여러 캠퍼스가 있기는 하지만 궁금증이 완전히 풀리는 것은 아니잖아요. 다들 아시다시피 대학로 근처에는 성균관대가 있습니다. 조선 시대에도 성균관이 있던 곳이죠. 해방 이후에는 서울대가 들어서게 되는데요, 이 때문에 ‘대학로’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그렇지만 서울대 캠퍼스가 1975년 관악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마로니에 세 그루가 있던 문리대 터에는 오늘날 대학로의 상징인 마로니에공원이 조성됐습니다.

대학로 최초의 민간 소극장은 1979년에 지어진 샘터 파랑새극장입니다. 빨간 벽돌로 지어진 특유의 건물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출판사 샘터 사옥으로 건설된 후 1984년 10월 대학로 최초의 민간 소극장으로 개관했습니다. 대학로의 대표적인 연극 중 하나인 ‘라이어’의 상연관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어린이 전용 극장으로 먼저 출발한 곳입니다. 2018년 휴관을 거친 이 극장은 지금은 파랑새극장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도입부에서 혜화역 이야기를 했는데요, 대학로의 부흥은 1980년 혜화역이 개통되면서 시작됩니다. 교통이 편리해지면 사람이 몰리는 법. 게다가 신촌 위주로 형성됐던 극단들이 임대료가 상승하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했던 대학로 등지를 선택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여러 소극장도 생겼던 것이고요. 여러 상황이 맞물리면서 정부의 지원책도 시작됐습니다. 1985년 정부는 대학로를 ‘문화예술의 거리’로 지정했습니다. 이어 1991년을 ‘연극영화의 해’로 지정했고요. 지금은 ‘아르코예술극장’이라는 이름으로 바뀐 옛 문예회관 대극장은 공공 극장으로서 공연 예술을 선보이는 선봉장 역할을 했습니다.

대학로에 위치한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의 전경. 사진 제공=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뮤지컬 전용 극장으로는 2012년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가 개관했습니다. 이곳에서 ‘완득이’ ‘형제는 용감했다’ ‘헤드윅’ 등 쟁쟁한 작품이 다수 공연됐습니다. 그 밖에도 드림아트센터·아트원씨어터·유니플렉스 등 익숙한 공연장이 많습니다.

참 예뻐요, 창작 뮤지컬의 신화가 있는 곳


뮤지컬 ‘빨래’의 공연 모습. 사진 제공=씨에이치수박


뮤지컬 ‘빨래’의 공연 모습. 사진 제공=씨에이치수박


“참 예뻐요, 내 맘 가져간 사람.”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나오기도 한 뮤지컬 ‘빨래’의 대표적인 넘버 ‘참 예뻐요’. 배우 홍광호가 부르는 모습이 익숙한 노래인데요. 극 중에서 몽골 청년 ‘솔롱고’가 부르는 아름다운 선율과 서정적인 가사가 마음을 촉촉하게 만들어주는 것만 같죠. 서울에서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다룬 ‘빨래’는 대학로의 대표적인 오픈런 작품 중 하나입니다. 2005년 초연된 후 현재는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27차 프로덕션을 선보이면서 대장정을 이어나가고 있죠. ‘빨래’가 초연 이래 만난 관객만도 100만 명에 달하는데요. ‘빨래’는 2017년 제6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창작 뮤지컬의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뮤지컬 ‘당신만이’의 공연 모습. 사진 제공=도모컴퍼니


뮤지컬 ‘당신만이’를 보면서 깔깔 웃고 울었던 사람들도 많을 텐데요. 2011년 초연한 이 작품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잠시 중단됐던 경우를 빼면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오픈런 형식으로 관객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경상도 부부의 인생 여정을 뮤직드라마 형식으로 그려내 관객들은 추억이 담긴 가요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오픈런 뮤지컬에서만 접할 수 있는 독특한 비하인드도 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뮤지컬에서 다루는 시대 배경이 현재와 지나치게 달라지지 않도록 설정을 조금씩 변경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남진의 노래 ‘임과 함께’를 사용했지만 지금은 싸이의 ‘연예인’을 들려주는 식이죠. 오픈런이 계속 이어지면서 앞으로 어떤 새로운 설정을 볼 수 있을지 기대하는 것도 묘미가 되겠습니다.

뮤지컬 ‘당신만이’의 공연 모습. 사진 제공=도모컴퍼니


대학로에서는 오늘도 수많은 공연이 오르고 내리면서 뮤지컬의 미래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공연의 성지와도 같은 이곳에는 늘 낭만이 가득합니다. 대학로에서 때로는 가까이, 때로는 낯선 뮤지컬을 접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번외.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대학로 맛집 편.

학림의 대표 메뉴인 비엔나 커피. 사진=박민주 기자


◇학림

1956년 오픈해 대학로의 무수한 연인·친구·가족들의 아지트가 돼왔던 곳. ‘학림’이라는 이름은 서울대 문리대 축제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가장 유명한 메뉴는 비엔나 커피죠. 개인적으로 따뜻한 커피가 더욱 풍미가 깊었습니다.

◇정돈

돈가스 맛집으로 유명한 집. 평일이든 주말이든 식사 시간이 되면 정돈 앞에는 길게 줄이 늘어서 있습니다. 그래도 든든한 한 끼를 먹고 싶다면 오랜 시간을 기다려 먹을 가치가 있습니다. 돈가스를 소금에 콕 찍어 먹는 맛이 일품입니다.

도도야의 연어 가마메시. 사진=박민주 기자


◇도도야

일본식 솥밥 전문점. 푸짐한 양과 정갈한 구성으로 입맛을 돋웁니다. 전복·대게·연어 등 다양한 솥밥을 즐길 수 있습니다. 간이 세지 않아 삼삼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연어 가마메시입니다!

◇명륜건강원

건강즙을 팔 것 같은 첫인상과는 다르게 가정식 백반을 먹을 수 있는 맛집입니다. 이름처럼 건강한 밥과 반찬이 공연 전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존재죠. 제가 제일 좋아하는 메뉴는 병아리콩 카레인데요. 카레 속 두부 튀김의 식감은 부드럽고 오묘해서 기억에 남는답니다.

◇깔리

들어가는 순간부터 인도의 향취를 경험할 수 있는 인도 커리 전문점입니다. 깔리의 요거트 ‘라씨’와 함께 커리에 난을 찍어먹는 순간, 최근 인기 절정인 MBC 예능 프로그램 ‘태어난 김에 세계 일주 2’에 출연하는 기안84가 된 기분입니다.

카페혜화동. 사진=박민주 기자


◇카페혜화동

이름처럼 혜화에서는 꼭 들러야 하는 아기자기한 카페입니다. 달콤한 티라미수와 함께 진한 얼그레이 밀크티를 마시면 잠시 일상 속 여유를 찾을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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