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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때마다 반복되는 지하 사고…"침수 조짐엔 일단 대피"

오송 지하차도 차량 19대 완전 잠겨

사망 1명·구조9명 인명 피해 발생

매년 지하주차장·차도 사고 되풀이

대구에 집중호우가 내린 11일 오후 경북 경산시 옥산동 한 지하차도가 침수돼 차량이 물에 잠겨 있다. 경북도소방본부 제공




폭우 때마다 지하차도와 지하주차장 등에 갑자기 불어난 물이 들이닥쳐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하 공간 침수 조짐이 보이면 차량을 버리고 무조건 대피할 것을 당부한다.

15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가 침수되면서 버스 등 차량 19대가 고립돼 오후 4시 현재 기준 1명이 숨지고 8명이 구조됐다. 현장 인근 미호강 주변 둑이 일시에 무너지면서 물이 범람했고, 지하차도로 순식간에 밀고 들어오면서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 현장에 빗물이 계속 유입되는 데다 시야 확보도 어려워 구조 작업이 난항을 겪다 보니 정확한 인명 피해 규모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현장에서 배수가 쉽지 않아 수색에 여러 날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5일 오전 충남 보령시 명천동 소하천을 넘친 물이 인근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으로 흘러들고 있다. 물은 순식간에 어른 무릎 가까운 높이까지 차올랐고, 지상 1층 베란다를 위협했다. 연합뉴스


폭우 시 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0년 7월 23일 밤 부산시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차량 7대가 불어난 물에 잠겼다. 당시 시간당 최대 80㎜ 비가 쏟아졌고, 도로를 타고 내려온 물은 진입로 높이 3.5m, 길이 175m, 왕복 2차로인 이 지하차도를 한때 가득 채웠다.

지하차도 내 차량에 있던 9명은 빠져나왔으나 순식간에 불어난 물에 미처 대피하지 못한 시민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는 침수 대비 매뉴얼이 있는데도 차량 통제를 제때 못했던 터라 관련 공무원 11명이 재판을 받아 1심에서 모두 실형과 벌금형 등을 선고받기도 했다.



15일 오전 충남 보령시 명천동 소하천을 넘친 물이 인근 아파트단지로 흘러들고 있다. 순식간에 지하주차장으로 밀려든 물은 어른 무릎 가까운 높이까지 차올랐고, 지상 1층 베란다를 위협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때 주민 7명이 숨진 포항 인덕동 아파트 침수 사고 역시 지하에 물이 들어차면서 발생했다.

피해 주민들은 지하주차장 내 차량을 이동 조치하라는 관리사무실 안내방송 후 차를 옮기러 나갔다가 물이 거세게 들어차면서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침수된 지하 주차장은 길이 150m, 너비 35m, 높이 3.5m 규모였는데도 인근 하천(냉천)에서 물이 넘어 들어오자 속수무책이었다.

2016년 10월 태풍 '차바' 때는 울산에선 시간당 100㎜ 넘게 퍼부은 빗물과 태화강에서 넘친 강물이 인근 주상복합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모이면서 차를 빼러 갔던 주민 1명이 목숨을 잃었다.

폭우가 내린 15일 경북 문경시 호계면의 한 우사와 농경지 등이 인근 영강 범람으로 물에 잠겨 있다. 문경=오승현 기자


지하 침수로 인명피해가 되풀이되자 정부는 지난해 8월 국민행동요령을 보완해 국민재난안전포털 웹사이트에 게시했다.

기존 국민행동요령에는 없었던 지하공간에 대한 국민행동요령을 따로 마련한 것으로, 지하공간 침수 대비 행동요령을 구체적으로 신설했다.

이에 따르면 주민은 지하주차장에 조금이라도 물이 차오르면 차량을 두고 즉시 대피해야 한다. 경사로를 따라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수압 때문에 차량이 지상으로 올라가기가 매우 어려우며, 5∼10분 정도면 지하 주차장 천장 부근까지 수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침수가 시작된 지하차도, 급류가 흐르고 있는 교량에는 절대 진입하지 말아야 하며, 이미 진입한 경우에는 차량을 두고 신속히 밖으로 대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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