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신인왕 출신 박지영(27·한국토지신탁)은 올 시즌 전반기에만 2승을 올렸다. 이전까지 8시즌 동안 4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지만 한 시즌에 다승을 거둔 것은 처음. 30일 현재 대상 포인트(326점), 상금(6억 3457만 원), 평균타수(70.19타), 다승 등 주요 부문 1위를 휩쓸며 데뷔 후 첫 주요 부문 타이틀 획득을 향해 질주 중이다.
후반기 재개를 앞두고 전화 인터뷰한 ‘전반기 여왕’ 박지영은 “앞선 8시즌 동안 A도 해보고 B도, C도 해보면서 스윙에서 여러 가지 도전을 해왔었다. 그러다 지난 겨울 스윙이 제자리를 찾으면서 좋은 성적이 나온 것 같다”며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나만의 스윙을 찾았으니까 믿고 밀고 나가면 될 것”이라고 했다. 2016년부터 박지영을 지도하고 있는 염동훈 코치는 “최근 2년간 하체를 과감하게 쓰되 좌우 미끄러짐을 없애면서 스윙의 축인 척추 각이 잘 유지되고 있다”며 “다운스윙 때 손목이 풀리는 ‘캐스팅’이 있었는데 팔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데에도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겨울 박지영은 스윙 고민만 한 것은 아니었다. 기부도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어느 곳에 어떻게 기부하는 게 좋을지 고민이었다. 박지영은 초등학교 때부터 용돈을 모아 매달 2만 원씩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처음에는 “남들에게 베풀며 살라”는 부모님의 말씀 때문에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의 박지영에게 기부는 “밥 먹는 거랑 비슷한 것”이 됐다.
전국적으로 수해가 극심했던 이달 16일 시즌 2승이자 통산 6승째를 거둔 박지영은 이재민들을 돕기 위한 기부를 계획 중이다. “기부가 더 좋은 성적을 내야 하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해요. 좋은 성적을 내면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곳에 좋은 마음을 전할 수 있으니까요. 내가 잘하면 잘할수록 더 많은 곳에 기부할 수 있잖아요.” 몇 해 전 장기기증희망 등록까지 한 박지영은 “도움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작더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등록하게 됐다”고 했다.
필드 위 박지영은 또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걱정, 고민 없이 껌을 씹으며 여유로운 플레이를 펼친다. 처음에는 긴장을 풀려고 껌을 씹었는데 어느덧 9년 차가 되니 습관적으로 씹는다고 한다. 박지영은 웬만한 위기 상황에도 무덤덤하게 자신의 경기에만 집중한다. 가끔 구질을 생각하지 않고 공략하는 습관 때문에 야디지북(코스 정보가 담긴 책자)에 ‘난 드로(오른쪽으로 출발해 왼쪽으로 휘는 구질)다’라는 글귀를 적기까지 했다. 경기가 안 풀리는 날에는 ‘오늘은 날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하고 임한다는 그는 “그러다 둘째, 셋째 날 잘 풀리는 경우도 있다. 투어를 계속 뛰다 보니까 많이 덤덤해졌다”고 했다.
2주간의 달콤한 휴식기를 보내고 있는 KLPGA 투어는 8월 3일 제주삼다수 마스터스로 하반기 일정을 시작한다. 박지영은 “처음으로 시즌 다승을 한 만큼 최대한 빨리 우승을 한 번 더 하는 게 단기적인 목표”라며 “올해 최종 목표는 평균타수 1위다. 꼭 이루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지영의 좌우명은 ‘즐겁게 살자’다. “무엇을 하든 즐기려고 해요. 밥도 맛있게 먹고 연습도 즐겁게, 경기도 최대한 즐겁게 하면서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그러다가 은퇴 전 언젠가 대상, 평균타수 1위, 다승왕까지 전관왕도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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