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제품을 만드는 A사는 최근 밀려드는 주문에 부쩍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중국의 저가 공세로 위기를 겪었지만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수출전시회에서 차별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한 결과 오히려 수출 물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육안으로는 최상급 실리콘과 중국의 저가 공업용 실리콘을 구별하기 어렵지만 바이어를 직접 만나서 신뢰를 쌓았더니 수출물량을 늘려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전후로 글로벌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서도 위기를 기회 삼아 오히려 수출을 늘린 기업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코로나19 사태 전후 수출 변화상 조사(전국 수출 제조업체 1222개사 대상)'에 따르면 2019년과 올해 상반기 수출실적을 비교했을 때 '수출 물량이 증가한 품목이 있다'고 답한 기업은 20.2%로 집계됐다. 전체의 43.5%는 ‘변화가 없다’고 답했으며, 36.3%는 ‘수출물량 감소 품목이 있다’고 답했다.
수출 증가 기업들은 그 비결로 '적극적인 해외영업 활동(34%)'을 가장 많이 꼽았다. A사처럼 수출전시회 등을 통해 바이어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수출 기회를 늘렸다는 것이다. 기존 거래처의 물량 증가(28%), 새로운 수출제품 개발(27.8%)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 중소 화장품업체 B사는 미국 시장에서 적극적인 홍보로 친환경 제품 매출을 40% 이상 늘렸으며, 라면 제조업체 C사는 중동·아프리카 시장을 적극 공략해 수출국을 90여개로 늘렸다.
반면 수출 감소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 확보와 거래처의 물량 감소 등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거래처의 물량 감소(64.1%)'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고, 가격 경쟁력 상실(24%), 수출국 정부 규제(14.4%) 등이 뒤를 이었다.
수출 감소 품목이 가장 많은 국가는 중국(39.4%)이었으며 미국(21%), 아세안(15.2%) 순으로 집계됐다. 수출 증가 품목이 가장 많은 국가는 미국(29%)이었으며, 중국(20.3%), 아세안(19.4%) 순이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일부 국가로 편중된 수출 대상국을 다변화하고, 중간재 중심에서 수입선 대체가 어려운 소비재와 첨단 분야 고위기술 제품 중심으로 수출 품목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